진화생물학의 예를 들 것도 없다. 모든 인간은 자신과 닮은 후대의 출생을 원한다. 남녀가 똑같다. 인간의 3대 본능이 식욕·수면욕·성욕 아닌가. 성욕의 본질은 생물학적으로 자기 복제(종 보존) 욕망임에 틀림없는 것이고. 이 때문에 수많은 전쟁과 질병 속에서도 인류의 연속성이 유지돼 왔다.

그런데 20세기 산업화로 고도성장을 이루게 되면서부터 아이를 낳지 않기 시작했다. 저출생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출산·육아보다 자신의 일이 더 소중해졌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물학적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원했다. 이는 자연스럽고 정당한 사회적 진화 현상이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압축하면 3가지다. 일자리·부동산(내 집)·사교육비다. 이중에서도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최근 국토연구원이 밝혀냈다. 정답은 부동산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저출생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보고서에서 아이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 중 첫 번째로 주택 매매·전세가(30.4%)를 꼽았다. 두 번째는 아이를 낳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전년도 출산율(27.9%)이다. 쉽게 말해, 사회적 풍조를 중시하는 것이다. 만약 셋째 아이를 낳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면 출생율 문제 해결에도 도움될 것이다.

출생율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사교육비는 5.5%였다. 저출생 원인이 사교육비보다 집값에 있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 출산을 결정할 때는 사교육비 요인이 각각 9.1%와 14.3%로 증가했다. 그러나 집값은 둘째 결정(28.7%) 때도, 셋째 결정(27.5%) 때도 가장 큰 변수로 변함이 없었다. 국토연은 집값이 1% 오르면 이듬해 출산율은 0.00203명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전세가가 1% 올라도 다음 해 출산율이 0.00247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은행도 집값을 과거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출산율이 반등할 것으로 분석한 적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서울 아파트(88㎡) 중위 가격은 GDP 대비 6억 이하라야 정상이다. 신혼부부는 59㎡ 기준 3억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높은 이유는 땅값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내 ‘자기 땅’에 관심 없다. 토지 임대부 아파트를 보편화하면 3억이면 충분히 좋은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