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3월 중순 현재 여론조사들이 엎치락뒤치락이다. 이전 주에는 여당이 거대 야당을, 실로 오래간만에,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고 흥분하더니 일주일 사이에 바람이 확 빠지는 수치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

조사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고 ‘마사지’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추세는 분명히 국민의힘 상승세는 멈췄고, 민주당이 추격을 시작했으며, 조국 당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반사 이익 공짜 파티는 끝났다.’

이걸 인정하면서 대비해야 집권 여당이 최소한 박빙 우세를 유지, 지긋지긋한 거야(巨野) 4년 시대를 끝낼 수 있다. 180석 운운하며 압승 축배를 미리 들어 취했다가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게 된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내다봐야 보수가 이긴다.

민주당은 노골적인 친명계-아부파-대장동 변호사 공천을 몇 명의 탈당 파동으로 마무리하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정권 심판론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망나니 공천 파동에 실망한 듯했던 중도좌파 무당층 일부가 여기에 호응해 돌아서는 중이다.

이재명의 개딸 공천에 이름값 반발을 하지 않은 친문계들의 투항도 친명 지도부에 힘을 실어 준다. 비굴과 이해타산 기회주의가 통합 정신으로 둔갑하고 있다. 그 좋은 민주당 우산을 벗어나고 싶지 않는 사람들이 또다시 장난을 치려 하는데, ‘그래도 민주당’인 중도층이 안도의 박수를 쳐주는 상황이다.

전대협 의장 출신 명함에 의문부호를 스스로 찍은 임종석의 행보가 특히 놀랍다. 이재명 민주당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차기 당권을 위한 명분 쌓기 포석이라면 너무 얕은 수작이다. "이재명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무너진다.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드린다."

최고위 참석 거부로 결기를 보이는가 했던 고민정도 2주일을 못 넘기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는 것보다 우선시 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이유를 달았다. ‘문재인의 숨결’까지 느꼈다는 그녀가 이재명의 전화를 받고 그의 애타는 숨결에 화답한 것일까?

전 총리 김부겸도 선대위원장 직을 수락, 이재명 품에 안겼다. 그는 당에 돌아온 이유를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절대다수당 권력이 좋긴 좋았나 보다. 또다른 전 총리들, 정세균·이낙연과 함께 공천 농단 이재명에게 할 것이라던 ‘3총리 압박’이란 기사 제목이 부끄러워진다. 언론은 이 나라 총리를 해먹은 사람들의 보신주의와 소심한 면면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쨌든 민주당이 이렇게 지지자들을 재결집시키고 있는 사이 조국 당에는 친문 전과자, 피징계자 파리떼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체 정당 지지도에서는 5~8%로 3위, 비례 정당만으로는 15~20%로 민주당을 추월하는 여론조사들도 나왔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 투표는 여당에 두 가지 손상을 입힌다. 우선 10석 안팎 조국 당 당선자들이 결국 민주당 의석으로 수렴된다. 그 다음은 조국 비례당을 찍어 주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가 지역구 민주당 후보에게도 한 표를 주게 된다.

비명횡사 공천 학살 난장판에 투표 의욕을 잃고 있던 친민주 중도/무당층이 조국 선택지 추가로 투표장에 갈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에는 비상이다. 때마침 서서히 높아지는 의료대란과 한동훈 현상 피로감에 따른 지지율 소폭 하락도 보수우파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동훈은 결승선이 아직 멀었고 여론은 언제든 급변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빈틈없는 수비만한 최선의 공격이 없다. ‘우리도 공천은 잘한 게 없다’는 겸손한 자세로 뛰어야 1표 차로라도 개딸 광신도들을 물리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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