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이재명의 공천이 ‘막천’(막가는 공천)이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그저 말장난 같았던 조어가 100%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럼 총선은 필패인데, 방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임종석도 끝내 잘렸다. 이른바 문-명 대전이 일어나도 좋다는 태세다. 당권 도전을 위해 이재명에게 대항했거나(박용진), 앞으로 대항하게 될(임종석) 싹은 무슨 비판이나 엄포를 들어도 개의치 않고 없애 버리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재명 2선 후퇴 주장과 탈당 러시 촉발 총성이 울렸다.

‘바지 사장’ 역을 충실히 하고 있는 공관위원장 임혁백은 철저히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공천을 방치하며 방조하고 있다. 그는 공관위원장은 얼굴 마담일 뿐이고 대표가 공천 전권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 그 자리에 앉은 듯하다. 이재명 계산에 의한 공천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시작은 대장동, 백현동 개발 등 관련 중대 범죄 혐의자 이재명의 체포동의안에 찬성 표를 던졌던 30명 안팎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보복 공천 탈락이다. 예외가 없다.

‘배신자 색출하자’, ‘수박들(겉과 속 색이 다른 비명계 의원들) 박살내자’ 같은 구호를 외치며 맹목적 충성파와 홍위병 개딸들이 설쳐댈 때 잠시의 광기로만 알았다. 그것이 그들 당의 흥망을 결정지을 총선 후보자 공천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다.

이재명의 과거와 미래 정적, 노동운동가 출신 재선 소장파 박용진을 의원 평가 하위 10%에 집어넣었다. 그는 상임위 출석, 의안 발의 건수에서 "오히려 상위 5% 안에 들"(진중권의 말) 성적을 낸 사람이다. 지난 당대표 선거 때 "계파와 팬덤의 수렁을 넘어 더불어민주당이 하고 싶은 정치를 찾자"라고 반 이재명 기치를 내걸었다.

박용진이 거세되면서 비명계 학살은 실화가 됐다. 유사한 성분의 인사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그뿐인가? 비명계들이 처단되는 피비린내 속에 구린내를 묻히게 하는 고도의 양동작전도 폈다. 그 구린내란 ‘대장동 변호인 6인방’에 대한 공천 선물이다. 이재명과 그의 핵심 측근들, 정진상과 김용의 게이트 범죄 혐의가 없다는 주장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려는, 이재명만이 할 수 있는 대담한 거래다.

대다수 언론들이 ‘비명횡사’에만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여당 비대위원장, ‘검사’ 한동훈이 ‘변호사비 대납 공천’이라고 명명(命名)했다. "보통 이런 범죄 행위를 방어하는 변호인들은 그 범죄 혐의의 내막을 잘 알기 마련이고, 이 대표 입장에서는 무서울 것"이라는 해설과 함께.

변호사 비용 일부를 공천으로 대면서 미리 그들의 입을 막으려는 치밀하고도 음흉한 작업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재명은 말이 없다. 자기 몸 방탄을 21대 후반에 이어 22대까지 연장하기 위해 당대표가 가진 칼을 시스템이라고 우기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휘두르고 있다.

그래서 공천 확정자로 나오는 이름들이 죄다 아부, 막말꾼들이다. 행사 현장에서 이재명 옆에 서 있다가 그의 코딱지를 떼어 줬다는 딸랑이 최고위원, ‘빈곤 포르노’ 운운하며 대통령 부인 스토킹으로 이재명과 개딸들 기쁨조 역할을 톡톡히 한 앵벌이 최고위원이 거뜬히 합격했다. 방송 예능프로에 나가 ‘이재명 대 차은우 외모 질문’에 자동응답기처럼 ‘이재명’이라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프리랜서 앵커 출신 여성도 출전권을 땄다. 낯부끄러운 줄 모르는 철판 공천이다.

여기서 이재명의 계산에 대한 의문이 당연히 인다. 이런 공천 농단을 하면 필패인데, 총선에서 지고 난 다음에 무슨 방탄이고 나발인가? 현재 여론조사들로는 민주당이 과반은 물론 제1당 유지도 어렵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패 아니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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