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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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9~20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FOMC 회의에서는 현행 기준금리인 5.25~5.50%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5차례 연속 동결이다.

관건은 미 연준이 경제전망을 수정할지 여부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마저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 연준이 경제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3%대 물가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면 미 연준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6월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금리 인하 횟수도 3회에서 2회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지난 16일 기준 55.2%로 일주일 전의 57.4% 대비 소폭 줄었다.

이에 미국 정가를 중심으로 미 연준의 물가 목표 2%를 둘러싼 재조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과 상하 양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목표 물가의 하향 조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면 자산가격이 더 치솟으며 거품이 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마저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연준의 3월 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 3.1%보다 0.1%포인트 오른 것이다. 2월 PPI도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이는 예상치 0.3%를 비교적 큰 폭으로 상회한 것이다.

미국의 2월 비농업 일자리도 전월 대비 27만5000건 증가했다. 전문가 전망치 19만8000건은 물론 앞선 12개월의 월평균 증가폭 23만건을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물가와 고용이 꿈틀거리면서 미 연준이 가까운 시일 내 금리를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 경제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점수가 낮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열린 상하 양원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게 현재의 금리가 너무 높다며 조속한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2%로 설정된 물가 목표의 근거와 의미도 따져 물었다.

물가 목표 2%는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지난 1988년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도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물가에만 초점을 맞춰 고금리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 연준도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이던 198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2%의 물가 목표를 놓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미 연준의 고위 관리들은 물가가 2%로 내려간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든 정치적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는 상태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민주당을 위한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에브리싱 랠리로 인해 금리 고민이 증폭되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는 물가와 성장,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주로 고려됐지만 최근에는 자산가격까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자산가격의 지나친 급등세는 금리 인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될 경우 부동산 경기를 자극할 우려가 높고, 이는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부담이 줄면서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투자에 다시 나설 여지가 있다"면서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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