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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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11월, 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5회 연속 동결이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시장의 관심은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쏠렸다. 점도표는 미 연준 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은 것인데, 이들의 중간값을 보면 향후 정책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미 연준은 이날 내놓은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금리의 중간값을 4.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와 같은 것으로 지금보다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내려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 연준은 대개 0.25%포인트 단위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에 올해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오는 6월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4월 30일~5월 1일에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12일을 비롯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직후 "지금 물가가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통화위원들은 대부분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정책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다 자칫 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 연준은 이날 올해 두 번째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과 연 3.50%인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미 연준은 "최근 지표상 경제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장해 왔고, 일자리 증가도 견고하며,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고 밝힌 뒤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완화됐지만 여전히 상승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 실질적으로 2%를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 연준이 그동안 내놓았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워딩에 주목했는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2월의 뜨거운 물가 지표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흔들만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이 됐다. 앞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로 시장 전망치 3.1%를 상회,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시장은 점도표와 함께 파월 의장의 워딩을 ‘비둘기’로 해석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같은 날 각각 종가 기준 사상 최고로 마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미 연준이 보유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매입 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QT)도 감속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6월과 7월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시장은 6월 인하에 점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도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55%에서 75% 수준으로 높혀 잡았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해 올해 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섣부른 통화정책 기조의 선회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함께 위험 쏠림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큰 흐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를 향해 내려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와 농식품 가격 등의 변수에 따라 적지 않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가 불과 한 달 뒤인 2월에는 3.1%를 기록하는 등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르면 7월, 늦으면 4분기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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