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남정욱

호모사피엔스 역사 최종 5만 년을 62년의 생애로 나누면 대략 801회 정도가 된다. 인류는 이중 650회의 생애를 동굴에서 보냈다(엄밀하게는 보통 평원에 거주했고 동굴은 회당, 제례 장소, 창고로 쓰였다). 최근 70회 생애에 와서야 문자를 통해 다음 생애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일반 대중이 인쇄된 언어를 보게 된 것은 최근 6회의 생애다. 조금씩 발달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최근 4회째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을 측정하는 게 가능해졌고 2회의 생애에서는 전동기를 사용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의 절대 다수는 800번째 생애에서 개발됐다. 이전 799회의 생애보다 800회 한 회의 중량감이 더 크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801회는 한 생애를 하나의 단위로 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속도가 가파르다. 전반기에는 스마트폰이 등장했고(스마트폰은 이를 기준으로 인간의 역사를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도 될 만큼 엄청난 사건이다) 후반기에는 아마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이전까지 인간은 변화의 속도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속도에 맞춰 인간이 바뀌어야 할 차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전 세대의 습성과 관행이 아무 고민 없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교육이다. 기존 학교 교육에서는 평생 쓸 수 있는 기술을 결코 배울 수 없는데도 아무런 고민 없이 구닥다리 교육 체계가 대물림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현실적으로 긴 교육 기간이다.

한 번 따져보자. 대학 4년까지를 전체 교육 기간으로 전제했을 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6년을 시달리다가 23세가 되어서야 학교에서 해방된다(학력 인플레이션으로 대학원까지 마치는 게 트렌드인 것은 뺐다). 16년은 한 세기 전의 16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시간이다. 어쩌면 이전까지의 모든 변화를 압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기간이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을 할 때면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은 이미 쓸모없어졌거나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이 된다. 한마디로 너무 길다.

그런데도 이런 교육 시스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상하고 해괴하며 최종적으로는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 상상 초월 비효율적이다.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기간부터 줄여야 한다. 얼마나?

보수적으로 잡아 말하자면 초등학교 4년,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그리고 대학교 3년이다. 모두 합쳐 11년으로 현재보다 5년을 단축할 수 있다. 18세에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취지는 알겠는데, 숫자를 너무 임의적으로 설정한 것 아니냐 할지 모르겠다.

이 글은 인터넷에 생각나는 대로, 아무 책임 없이 막 쓰는 글이 아니다. 자유일보라는 정론지에 책임을 가지고 쓰는 글이다. 숫자, 임의로 막 만진 것 절대 아니다. 각 교육 단계별 현재 학교에 계신 분들에게 일일이 문의해서 잡은 숫자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왜? 불필요한 과목이 너무 많으니까. 그것만 줄여도 그 기간 동안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한다. 체력과 지능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 질문에도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지능 촉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는 교육 기간 단축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해 고민해 볼 때인 것이다.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 가시적이고 일차원적인 효과라면, 추가로 얻어지는 것은 그 사회가 젊어지는 것이다. 18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23세에 출발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싱싱하고 건강한 사회일까(남성의 경우 병역의무가 있으니 더 길다). 이제는 경험보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필요한 세상이다. 변화를 선도해도 부족할 판에 헐떡이며 이를 따라가는 집단이 도태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상전개벽이 일상인 시대, 대한민국은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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