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박재형

미국 하원이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서비스 틱톡(TikTok)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뿐 아니라 유럽,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바이트댄스(ByteDance)의 동영상 앱 틱톡 이용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강화해 왔다. 보안상의 위협 때문이다. 백악관은 2023년 2월 연방기관에 대해 30일 이내 정부 기기에서 이 앱을 삭제하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하원에서는 틱톡의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앱과 모회사와의 관계, 플랫폼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추궁했다. 2024년 3월 하원 에너지및상업위원회는 6개월 이내에 틱톡이 모회사와의 관계를 끊지 않으면 미국 내 사업이 금지될 수 있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백악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처럼 대통령부터 의회까지 나서서 SNS 앱 하나를 금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것은 중국, 정확히는 중국 공산당 정권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틱톡을 통해 미국인 사용자들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특히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의 법률과 정책에 따라 자사가 수집하는 데이터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중 하나는 중국의 2017년 국가정보법으로, 민간 기업과 개인이 국가 정보 업무에 협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사이버보안법은 국가가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더욱 낮게 만들었다

외국인투자법을 포함한 중국의 전면적인 ‘인터넷 보안 계획’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계 기업도 사이버보안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실상 중국 내 통신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데이터는 공식적인 요청 없이도 중국 사이버보안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출처에서 더 많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악용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바이트댄스 직원들 사이에 만연한 일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밝혀졌고, 이를 공식화한 것은 조쉬 홀리 상원의원이다. 홀리 의원은 2023년 3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위원장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틱톡 운영에 대해 알고 있는 바이트댄스 전(前) 직원의 폭로 발언을 인용했다. 그 직원은 독점 도구를 사용해 클릭만 하면 중국과 미국 데이터 사이를 전등 스위치처럼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얻은 틱톡 데이터를 다른 정보와 통합하면 사용자 전체 또는 특정 사용자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데이터 통합에는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를 한데 모아 더 새롭고 유용한 것으로 합성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이러한 통합은 추론과 평가를 위해 데이터를 상호 참조하는 것만큼 간단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미국과 서구의 다른 지역에 확보한 감시 거점을 이용해서 사용자의 디지털 프로필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 미국과 호주·캐나다·영국 등의 저명한 인사들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각국에서 도난당한’ 데이터와 공개적으로 입수한 데이터 세트를 모두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권이 틱톡 금지에 노력하는 이유는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국 시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특히 청소년을 통제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틱톡을 전면 금지해도 중국에서는 곧 제2, 제3의 틱톡이 개발되고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 인식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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