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박재형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민주당의 바이든과, 유일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사퇴한 공화당의 트럼프가 4년 만에 맞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대결을 다시 봐야만 하는 많은 미국인의 눈길은 우려로 가득하다.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하는 538(FiveThirtyEight)에 따르면,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호감도 40%, 비호감도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40% 이하 각 당 고정 지지층에 20%-30%의 무당층이 승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선거와도 비슷하다. 그런데 고정 지지층 중 소수의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 외에는 두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과거보다 현저히 약해졌다.

여러 조사 결과, 현재 미국 무당층의 투표 참여는 과거 선거들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유권자들도 자신이 투표할 마음이 더 강한 후보는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후보를 찾기 어렵다. 한마디로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둘 다 싫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대선은 어느 때보다 심한 ‘비호감 투표’가 될 전망이다. 자신이 어느 후보를 지지해서, 어느 후보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후보가 더 싫다는 이유로 할 수 없이 표를 주게 된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아예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미국 대선 분위기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에 있다.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 대한 기대, 저 후보에 대한 우려 때문에 투표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의 기대보다 우려가 매우 강하다.

바이든은 최근 국정 연설에서 낙태권·부자 증세 등 경제정책, 국경 문제 등 정책의제를 제시하면서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대통령 국정 연설을 최대한 선거운동 기회로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는 이번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의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기대를 접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에 대한 지지가 뚜렷하게 약화했다. 이는 그의 정책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이든의 재선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우려는 바이든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이든의 경우 당선 후 정책 수행, 많은 나이 등에 대한 우려라면, 트럼프는 당선과 낙선 모두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미국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의 취임 후 독단적인 권력 행사와 정치 보복 가능성을 스스로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그의 재선은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갈등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낙선할 경우 4년 전처럼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유권자로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진심으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상대 후보가 더 싫다는 이유로 할 수 없이 표를 주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정치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이는 정치권뿐 아니라 유권자 모두의 책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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