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현재 미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주류 문화는 바로 PC(political correctness)라고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일 것이다. 본래 다양성을 수용하고 사회소수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올바름’의 과잉은 오히려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특정 종교를 강요한다는 이유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조차 쓰지 않는 현상이다. 이제 미국의 연말 시즌 거리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장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로 인사하는 게 일반적인 문화가 됐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취급받는 현상도 나타났다.

PC가 미국의 주류 문화가 되자 기업들도 마케팅에 적극적인 PC 문화를 도입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는 트랜스젠더 모델과 협업한 마케팅 때문에, 대대적 불매 운동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버드와이저 맥주캔을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파괴하는지에 대한 영상들로 ‘밈’(meme) 현상이 나타났을 정도다. 또한 미국 대형마트인 타겟(Target)은 성소수자 섹션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결국 주가 폭락이라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PC라는 문화가 지배적인 현상이 되자 그 힘을 빌려 오히려 소수를 위시한 새로운 권력이 탄생했고, 결국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언뜻 들으면 PC가 소수를 차별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도덕적 기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의 ‘금기어’를 양산하고 사람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파시스트적 문화가 될 수 있다. 모든 단어를 PC화해서 조금이라도 편견적 뉘앙스가 없는 무조건 중립적인 언어를 쓰도록 타인에게 강요한다. 이런 방식으로 PC주의는 문화평등주의, 결국 문화마르크시즘(Cultural Marxism)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미국 사회가 문화전체주의에 빠지고 있다는 현실은 매우 모순적이다.

트럼프가 수많은 개인적 리스크를 갖고 있음에도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반PC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자국 최우선주의’라는 트럼프의 경제 아젠다보다 미국 사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문화마르크시즘’ 해체를 기대하는 ‘샤이 트럼프’들이 많다. ‘샤이 트럼프’ 현상은 트럼프의 막말 이미지 때문에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를 꺼려하는 것이 아니다. PC라는 주류 문화에 반하기 때문이다. PC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면 인종차별, 성소수자 혐오 등의 낙인찍혀 버린다. 이러한 PC가 낳은 문화전체주의로 인해 더 극단적인 갈등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PC주의가 만연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지배적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의 정치적 올바름에 더해서 ‘국민 눈높이’라는 새로운 PC 장벽을 만들어냈다. 그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모든 게 ‘금기어’가 되고 도덕적 철퇴를 가하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공천 취소 과정에서 지나친 기준과 금기어를 양산한 문화전체주의적인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장벽을 쌓으면 쌓을수록 오히려 일반대중과의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가 흥행 참패한 이유는 빨간 머리에 백인이라는 인어공주의 본래 정체성을 PC화하여 흑인으로 대체해 이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PC주의에 매달려 국힘이 보수정당이라는 정체성마저 상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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