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민주당의 소신파로 알려진 박용진 의원이 친명 정봉주에게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며 결국 고배를 마셨다. 또다른 소신파인 성치훈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도 이재명 대표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정진상의 대장동 사건 담당 변호사 김동아로 뜬금없이 교체되며 컷오프 됐다. 민주당의 막장 공천은 처음부터 예상됐던 선형적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천의 피해자였던 임종석은 "친명·비명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대표적인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어느 길로 가도 이재명 대표의 아바타들이 지키고 서있으니 민주당은 ‘어재명’이라는 걸 이제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여기서 언론의 자칭 ‘균형적 비판’이라는 기능(?) 때문인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동등하게 비판하는 조·중·동의 논지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특히 최근 중앙일보의 사설과 보도는 그 균형을 강제로 맞추기 위한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 눈에 띈다. 중앙일보의 한 논설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관객 100만을 넘은 ‘건국전쟁’을 50대 이상 관객이 46%에 달한다며 ‘폐쇄적인 영화’로 규정한다. 이에 김덕영 감독은 블로그를 통해 이 칼럼에 나타난 궤변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칼럼이 악의적인 이유는 50대 이상의 연령별 점유율을 언급하면서 그 반대인 40대 이하가 아닌 1020의 관객 비율만을 언급한 점이다. 40대 이하로 하면 55%가 관람했음에도 의도적으로 감추며 구독자들을 외눈박이로 만들었다. 이러한 통계 왜곡을 통해 ‘세대 갈라치기’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도 낳았다. 좌를 까면 우도 까야 한다는 물리적 균형을 위한 ‘답정너’ 때문이다.

중앙일보 3월 8일 자 ‘충성도가 공천 갈랐다’는 기사를 보면 ‘답정너’가 극에 달한다. 두 당의 공천을 비교하기 위해 억지 통계 결과를 가져와서 양비론을 펼친다. 이재명 대선 경선 후원자의 생환비율(72.7%)과 나경원 연판장 동의자의 생환비율(70.17%)이 서로 엇비슷하다면서 동시에 비판한다. 이재명-한동훈의 대결구도로 총선판도가 전개되고 있는데 ‘동시까’를 하려다 보니 뜬금없이 작년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건을 강제소환한 결과다. 해당 사건은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90%가 찬성한 당내 의견이었을 뿐인데 이를 무리하게 공천과 연관 지어 논리적 왜곡을 낳는 우를 범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의 공천 확정자가 아닌 경선 예정자까지 생환에 포함시켜 70%까지 영끌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민주당이었으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도 남을 사안이다.

3월 9일 자에 실린 ‘기득권 올인 민심 외면한 여야의 공천’이라는 사설을 보면 중앙일보의 명확한 의도가 보인다. 해당 사설 마지막 문단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여야가 얄팍한 계산 끝에 고수한 결과다…’라며 여야를 동시에 심판할 것을 말한다. 여야를 무조건적으로 1:1로 비판해야 한다는 물리적 균형 논리인데, 많은 국민이 알고 있듯 이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재명 대표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됐다. 의도적인 양비론으로 오히려 대중들이 이를 망각하게 하고 책임을 두 당 모두에 돌리게 만들었다.

언론은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지닌 공공재다. 일반적으로 비배제성은 무임승차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중앙일보의 ‘묻지마식 양비론’ 때문에 민주당이 자행한 정치적 책임비용 전부를 청구하지 않는 좌파들의 무임승차 효과를 야기했다. ‘우리만 잘못했냐’는 가치의 조국혁신당 바람의 원인은 주요 언론들의 양비론이라는 기계적 부채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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