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이영선 후보에게 ‘후보자 추천서’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30억원 대 갭투기 사실이 문제가 돼 공천 취소됐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이영선 후보에게 ‘후보자 추천서’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30억원 대 갭투기 사실이 문제가 돼 공천 취소됐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변호사의 공천을 전격 취소한 것을 두고 여의도에서 뒷말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30억원 대 갭투기가 문제가 돼 결국 낙마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을 자극할까 두려워 전격 공천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를 찾아 "선구제 후구상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현 정부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이를 윤석열 정부 책임으로 몰고, 자신은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부각되길 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변호사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법률특보를 지냈고,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낙상사고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형사고발을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계양을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많은 곳이다. 이 대표도 최근 이곳을 찾아 윤석열 정부 욕을 많이 했지 않은가"라며 "그런데 만일 이 대표와 친하다는 이유로 갭투기꾼을 공천줬다는 소문이 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재리멘더링’(이재명에게 유리하게 게리멘더링) 즉 기존에 계양갑에 편입돼 있던 작전서운동을 계양을로 옮기는 조정까지 했는데도 국민의힘 후보인 원희룡 전 장관과 이 대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계양을에서 60~70대는 원 전 장관에 대한 지지세가 높고 40대와 50대는 이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높다. 20대와 30대는 발표되는 조사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OBS경인TV 의뢰로 케이스탯리서치가 이달 19~2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27.7%, 원 전 장관이 48.1%로 원 전 장관이 앞섰다. 반면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수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45%, 원 전 장관이 32%였다. 여론조사마다 큰 폭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즉 30대의 최종 표심 향배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전세사기 피해는 빌라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피해자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갭투기꾼 공천 문제가 총선 이슈가 돼 버리면 이 대표는 특히 30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게 뻔하다.

강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이 후보를 제명하고 공천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 후보는 공천 검증 과정에서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갭투기를 한 의혹이 있음에도 재산보유현황을 당에 허위로 제시해 공천 업무를 방해했음이 선관위 재산 등록과 당대표의 긴급지시에 따른 윤리감찰을 통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영선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와 임차권 1건 등 모두 3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본인 명의로 19억 1663만원과 배우자 명의로 18억 5230만원, 모두 37억 6893만 원의 대출을 받아, 전형적인 갭투기꾼의 수법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당에 대출 액수도 축소 신고한 걸로 확인됐다. 고의성이 의심된다"며 공천 취소에 이어 제명 처분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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