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1939~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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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없는 바다를 상상해본다. 사막처럼 황량하다. 섬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거기서 쉬며 힘을 얻고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다. 오아시스 없는 사막, 섬 없는 바다는 황폐하다.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도시를 바다로 보았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다. 배가 정박하듯 ‘사람들 사이에 섬’은 단절된 관계를 이어주고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섬 없는 바다는 관계와 소통이 끊긴 고립의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인간은 소외된다. 바다에 섬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는데, 그 섬에 갔다, 라고 말하지 않고 가고 싶다, 라고 진술한다. 섬은 자유롭게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이상적 공간이지만, 그곳에 간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희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 섬에’ 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합하여 보건대 이 시는 삭막한 현대사회의 인간소외현상 극복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반면에 이 시는 그것과 전혀 다른 뜻으로도 읽힌다. 도시바다에는 온갖 것들로 복대긴다.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사람관계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다. 다행히 휴전선처럼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고 그 섬에 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일독했을 때 첫 느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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