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의 길 따라...] 홍천 수타사산소길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손 잡고 걷기 좋아
강원도 18개 시·군이 합심해 만든 '명품 길'

봄내음 가득한 수타사산소길.
봄내음 가득한 수타사산소길.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제주 올레와 지리산 둘레길에 전혀 뒤지지 않는 명품길로 손꼽힌다. 길 초입의 수타사는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 봄이면 철쭉이 온 절집을 뒤덮는다. 알파카월드는 그림책에서나 보던 귀여운 동물 알파카를 직접 만나고 만져볼 수 있는 놀이동산이다. 삼봉자연휴양림은 싱그러운 숲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홍천은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에 속하지만 체감 거리는 훨씬 가깝다. 동서울 종합터미널에서 수타사까지 102km, 자동차로 80분 거리다. 당일치기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의 손을 잡고 떠나 보자.

수타사산소길은 강원도 18개 시·군이 합심해 만든 걷기 길이다. 청정 산림자원을 간직한 강원도 곳곳에 들어선 이 길은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에 전혀 뒤지지 않는 명품 길로 손꼽힌다. 강원도 여기저기에 산소길이 있지만, 홍천 수타사산소길은 봄날을 즐기며 가족과 함께 손잡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수타사산소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공작산(887m)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과 비슷하다. 《한국지명총람》에 "골짜기가 깊고 기암절벽으로 된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듯 겹겹이 솟은 모습이 공작새와 같다 하여 공작산이라 한다"고 나온다. 한국 100대 명산에 들기도 한다.

수타사산소길은 공작산생태숲교육관에서 시작해 수타사와 공작산생태숲, 귕소 출렁다리, 용담을 거쳐 공작산생태숲교육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전체 길이 3.8km로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홍천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수타사를 지나면 공작산생태숲으로 들어선다. 생태숲이 있는 자리는 옛날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 있었다고 한다. 길은 수타사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데,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노인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초입에는 걷기 좋게 포장되었다.

생태숲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소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데, 갈 때는 계곡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이 길은 수타사 아래 사하촌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계곡물을 끌어오던 수로를 땅에 묻고 만든 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처럼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숲길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닿을 정도로 폭이 좁다. 구불구불한 길이 숲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 운치 있고, 걷는 맛도 난다.

봄이 온 숲은 싱그럽고 청량하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맑은 산소가 가슴에 가득하다. 층층나무, 귀룽나무, 물푸레나무, 말채나무, 졸참나무 등 공작산 숲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공기다. 깊은 숨 한 번 들이쉬면 이 길이 왜 산소길로 불리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숲에 가득한 피톤치드는 계곡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완만하고 푹신한 흙길은 내딛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쳐준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다 보면 왼쪽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귀를 씻어준다. 멀리서 날아온 새소리가 발치에 떨어지고, 숲이 깊어 한낮의 햇빛도 쉽게 침범하지 못한다.

수타사산소길 출렁다리.
수타사산소길 출렁다리.

수타사계곡을 내려다보며 40분쯤 걷다 보면 최고 절경인 귕소에 닿는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귕’은 여물통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다. 소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출렁다리가 반환점 역할을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수타사 방면으로 다시 내려간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 보인다. 수타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생태숲, 귕소, 출렁다리, 용담을 지나 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 딱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힘들지 않고 아쉬울 것도 없는 코스다. 가족의 손을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이 봄, 반드시 한번 걸어보시길.

코로나가 여행의 방식과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유명 관광지 대신 인적이 뜸한 여행지를 찾고, 자전거나 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3~4년 전 엄청나게 유행했다가 수그러든 오토캠핑 열풍이 다시 불면서 오토캠핑 가이드북과 캠핑 요리책이 잘 팔린다. ‘차박’이 새로운 트렌드가 됨에 따라 SUV 자동차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말이면 캠핑장마다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홍천 모곡밤벌유원지에 자리한 밤벌오토캠핑장은 캠핑과 함께 물놀이, 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뒤로 팔봉산이 펼쳐지고 앞에는 맑고 투명한 홍천강이 흐른다. 홍천강 중간쯤에 있는 팔봉산은 해발 327m로 나지막하다.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형제처럼 솟아서 붙은 이름이다.

강 따라 들어선 캠핑장은 특별히 사이트를 구분하지 않았다. 강변으로 차를 몰고 가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텐트 치고 장비를 설치하면 된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캠핑장 앞에 흐르는 홍천강이다.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부터 143km를 달려 청평호로 흘러드는 홍천강은 낚시터로도 최고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에는 1급수에 산다는 꺽지를 비롯해 피라미,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민물고기가 지천이다. 견지낚시도 해볼 수 있다. 견지낚시는 흐르는 강물에 반쯤 몸을 담그고 낚싯줄을 연줄처럼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방법이다. 파리채처럼 생긴 견지에 살아 있는 미끼를 끼우고 물의 흐름에 따라 물고기를 유인해 낚는다. 피라미뿐 아니라 제법 큰 어종도 잡을 수 있어 나름 손맛이 좋다.

아이들과 떠난 여행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알파카월드다. 화촌면 풍천리에 자리한 36만 4000㎡의 숲에서 알파카와 사슴·타조·토끼·염소·양·말·앵무새·독수리·올빼미 등 온갖 동물이 뛰어논다.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에 사는 알파카는 선한 눈망울과 동글동글한 얼굴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알파카월드에 가면 들판에서 뛰노는 알파카를 만져보고 먹이도 주며 동물과 교감하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뿐만 아니라 연인에게도 더없이 로맨틱한 장소다.

봄숲을 만끽하고 싶다면 자연휴양림으로 가자. 삼봉자연휴양림은 전나무와 주목 등 침엽수, 거제수나무와 박달나무 같은 활엽수가 울창하다.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산장과 등산로·삼림욕장·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췄다.

삼봉자연휴양림에 홍천 광원리 삼봉약수가 있다. 물맛이 좋아 일찍이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들었다. 양양 오색약수, 인제 개인약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약수로 꼽힌다. 철분을 다량 함유해 쇠 맛이 은은하게 나며, 위장병과 빈혈에 특히 효과가 있다. 불소와 탄산이 들어 톡 쏘고, 신경쇠약과 피부병·신장병·신경통 등에도 좋다. 인근 식당들은 이 약수로 닭백숙을 만드는데, 보통 물을 사용한 백숙보다 훨씬 고소하고 담백하다. 약수로 지은 밥은 푸르스름하다.

홍천은 화로구이가 유명하다.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삼겹살을 참나무 숯불에 구워 먹는 화로구이는 홍천을 대표하는 먹거리. 중앙고속도로 홍천 IC 인근에 화로구이촌이 있다. 양념에 벌꿀을 넣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같은 양념에 버무려 굽는 더덕구이도 일품이다.

[ 여행정보 ]

홍천 화로구이.
홍천 화로구이.

양지말 화로구이(033-435-7533)의 고추장 화로구이가 유명하다. 중앙고속도로 홍천 IC 인근에 화로구이촌이 있다. 홍천강 막국수(033-435-5362)의 막국수도 놓치기 아까운 먹거리. 100% 메밀을 사용해 면을 뽑는다. 홍천 향토 음식으로 홍총떡(홍천메밀총떡)이 있다.

홍천군 관계자에 따르면 총을 닮아 이렇게 이름을 부른다고. 고소하고 차진 메밀 반죽에 김치나 무청 시래기, 제철 나물로 만든 소를 올려 둥글게 만 홍천의 명물이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고, 막걸리 안주로도 좋다. 홍천중앙시장에 홍총떡과 메밀전 등을 파는 상점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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