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건국의 영웅을 이렇게 홀대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아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66년 전 순국했던 육군 특무부대(기무사의 전신) 부대장 김창룡 장군(1916~56)에게 구술 원고가 있었고, 그게 <숙명의 하이라루>(청미디어)란 이름으로 첫선 보인 게 딱 한 달 전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그 자체로 메가톤급 뉴스일텐데, 단신 보도는커녕 서평 한 꼭지가 없다. 단 한 곳 인터넷신문 뉴데일리를 빼곤 모두가 눈만 꿈뻑꿈뻑하는 판인데, 이 나라에 김창룡 이름 석 자는 금기란 말인가?

김창룡은 누구인가? 1956년 1월 그가 저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첫 보고를 받았던 이승만 대통령은 비통한 표정으로 "나라가 망했군!"이라고 탄식했다. 장례는 건국 이래 첫 국방장(葬)이었는데, 이 대통령은 세 차례 빈소를 찾았다. 그런 고인의 공을 "건국과 호국의 기둥을 세운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임재문 전 기무사령관이 압축한 바 있다. 옛 책 <대한민국 특무부대장 김창룡>(기파랑)에 등장한다. 그 이전 국사학자 이병도는 "호국의 신"이라고 묘비명에 새겼다. 유감스럽게도 4.19 이후 그는 빠르게 잊혀졌다.

그런 상황에서 김영삼 대통령 시절 경기도 안양 야산에 있던 묘소를 대전현충원으로 이장했던 게 정말 기적적이었지만,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금도 매년 6월이면 지방 좌익들이 몰려들어 파묘(破墓)하라고 악다구니다. 김창룡은 공산당 잡는 귀신이고 멸공의 횃불이었는데, 2000년대 이 나라에선 반공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를 따라다니는 누명도 끔찍하다. ‘친일파’ ‘백범 살해의 배후’ ‘정치군인’... 이 모든 게 근거없고 거짓이다. 김창룡을 악마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좌익의 농간일 뿐이다.

그런 천하의 김창룡 체취를 <숙명의 하이라루>에서 맡으니 더없이 기쁘지만 서평 하나 없는 이 현실을 대체 어찌 할까?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은 인스타그램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란 발언을 6차례 했다. 놀랍게도 그때 이 나라 신문 방송이 무얼 했지? 그가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둥, 참 위험한 짓이라는 둥 하며 손가락질을 하고 난리였다. 그 통에 그는 등 떠밀려 사과를 해야 했다. <숙명의 하이라루>가 이런 고약한 풍토를 바꾸고, 김창룡 명예회복을 돕는 기폭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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