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다섯 번의 봄, 고맙습니다. 두 분의 앞날이 봄꽃이 활짝 피는 따뜻한 봄날 같기를 소망합니다." "당신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4월 28일 서울 경복궁역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외광고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는 광고가 등장했다. 손을 입가에 댄 문 대통령의 사진과 파안대소하고 있는 문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실렸다. 강남역 광고는 이달 12일까지, 경복궁역 광고는 27일까지 게시된다. 최대 억대에 이르는 광고비용은 친문 온라인 카페 ‘여성시대’가 지지자들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마련했다고 한다.

여느 아이돌그룹 못지않은 문 대통령에 대한 팬덤현상은 출범 때부터 지속돼 왔다. 취임 직후 ‘우리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하고 싶은 거 다해’란 구호를 내건 스티커와 ‘이니 굿즈’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2018년 1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열성팬들이 자비로 제작한 문 대통령의 생일축하 광고가 등장한 이래, 매년 1월이면 생일축하광고가 서울의 주요 지하철역에 올려졌다.

팬덤은 어떤 특정인물이나 집단, 상품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팬덤은 원조 격인 대중문화를 넘어서 정치무대로 영지를 넓히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팬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오류없는 절대자로 신화화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한다. 자신들이 애정을 쏟는 정치인의 경쟁자나 그를 지지하는 집단은 사정없이 공격한다. 퇴임을 목전에 둔 문 대통령이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팬덤이 있다. 정치팬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긍정적인 동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법치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집단최면이 될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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