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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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봉은 그의 저서 <한국인 만들기>에서 근대 한국인 유형을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소중화주의적 위정척사파, 소련 영향의 사회주의파, 근대 일본 영향의 친일개화파, 자유주의와 기독교 영향을 받은 친미파, 저항민족주의 하의 혈족적 민족주의파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5가지 근대 한국인 만들기에 작동했던 유형들이 현재에도 2-3개씩 복합적인 형태로 뭉쳐서 한국인들의 정치적, 사회문화적 습속에 잔존하고 있다. 그 결과 작금의 한국사회는 이념적·정치적·관념적 혼돈상태로 극심한 진영간 대결로 치닫고 있다.

소련 사회주의파와 소중화 위정척사파가 한 그룹이 되고, 친일개화파와 친미기독교파가 또 다른 한 그룹이 되어 경쟁하는 가운데, 이 전체를 포용하는 피붙이로서의 민족개념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작금의 한반도 상황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같은 해석을 인간의 감성과 이성이라는 사회인류학적 측면에서 분석한다면, 위정척사파·사회주의파·민족중심파들은 감성적 낭만주의에 귀속시킬 수 있고, 친일파와 친미파는 이성적 자유주의로 대변시킬 수 있다. 어쨌든 한국사회는 감성적 낭만주의와 이성적 자유주의가 서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 정권의 어설픈 종중·종북·민족감성팔이에 대한민국 전체가 인질이 됐다는 것. 국민 전체가 피붙이로서의 평화주의에 쉽게 속아넘어가는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 OECD 뇌물방지기구에서조차 ‘검수완박’을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비밀스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가 내포되어 있다. 미사일 도발을 연속 감행하고 있는 북한에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민족의 이름으로 친서를 보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마치 자신이 퇴임 후 대북특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듯한 암시를 했다. 이는 ‘검수완박’으로 문 대통령 몸이 ‘가벼워졌을 때’ 가능하다. 한미동맹관계를 무력화시키고 북중러 대륙 3각관계를 중시하려는, 문 대통령의 가면을 쓴 종북민족의식은 한반도 적화를 노리는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크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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