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민연금더러 주주권 행사하라 했나?
누가 국민연금더러 주주권 행사하라 했나?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19.0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콴유가 본 베트남공산주의자 닮은 文정부 엘리트

-국민연금이 주주권 적극 행사하면 대기업은 지분율 위해 자사주 소각. 상장 포기도 늘어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 너무 적어. 문재인 방침은 유통주식 줄이고 부동산 자금유입 늘려

-국민연금 엄청나게 쌓은 것 자체도 어리석은 일 중의 하나인데, 거기에 경영까지 개입

“대주주의 탈법에 대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대주주들의 탈법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한다는, 철부지들은 환호할만한 기사를 보니, 또 한번 짧은 생각의 긴 폭력을 본다. 정말 충격과 공포다.

지금도 대주주 탈법이라면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 등이 나서서 처벌할 수 있다. 표적 수사, 조사해서 탈탈 털면 그 누구든지 탈법 혐의를 수두룩하게 잡을 수 있다. 한 개인도 탈탈 털면 탈법 행위 적발이 어렵지 않을 텐데 기업이라면 100%다.

그래서 권력이 전제 권력이 되었는데, 거기다가 사법처리가 곤란한 부도덕이나 품위(막말 등)까지 시비하면? 이런 짓도 문제지만 진짜 걱정은 그게 아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우환이다. 이거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이사진 선임에 개입할 수도 있고, 기업의 다양한 전략(고용, 외주화 등)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태산명동에 서일필’일 수도 있다. 말은 저렇게 해놓고 실제는 아주 작게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의 자사주 소각과 신규투자 감소

이미 상장된 기업들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율을 올리기 위해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2018년 11월 30일자 기사를 보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5억3000만여 주(당시 시가로 22조 원어치)를 소각한다고 되어있다. 기사 제목이 말해주듯이 “소각 비용 신규투자에 쓰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기업이 자사주 매입하고 소각하면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자연스레 주가가 오르고 주주의 자산 증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할 비용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서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더 효과적.”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흔들어댈 수 있는 모든 기업들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상장이 안된 기업들이다. 이들은 아예 상장 자체를 꺼려할 가능성이 크다.

원래 인간도 국가도 젊었을 때는 노동소득으로 살다가, 나이가 들면 재산(자본) 소득으로 산다. 국내 주식시장은 재산 소득을 국민 다수가 나눠 갖는 장치다. 이 장치가 약해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주식이 외국인에게 너무 많이 가 있고, 그나마 국내에서는 너무 소수가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무지몽매한 문재인의 말은 기업의 상장 의지를 죽이고, 유통 주식 수 자체를 줄인다. 결과적으로 국내 유휴자금을 부동산에 더 쏠리게 한다. 또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좋은 주식이 없으면, 해외 주식을 사게 되어 있다. 사회디자인연구소 서정민 연구원이 네덜란드 ABP연금(407조 원)과 국민연금(629조원) 의 15대 주요 포트폴리오를 비교한 자료가 있다. 결론은 네덜란드 ABP는 네덜란드 국내주식 자체가 없다. 대부분 해외 채권이다.

그런데 한국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였다. 이거 일종의 허구 내지 착시다. 나중에 현금이 필요할 때 팔지도 못한다. 워낙 덩치가 커서 팔면 폭락하게 되어 있다. 지금은 국민연금이 사니까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다(만약 ABP가 네덜란드 주식을 사면 주가가 많이 올라, 수익률이 좋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데 안하는 이유가 뭐겠나).

◇네덜란드 연금기금은 국내 주식 투자도 안해

네덜란드의 연금기금인 ABP 홈페이지
네덜란드의 연금기금인 ABP 홈페이지

는 화석연료 업계와의 관계 단절을 선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왜곡하는데, 한술 더 떠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그것도 저 무지몽매한 놈이 그 방침을 내린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을 취득 금지를 시키든지, 아니면 3% 또는 5% 상한룰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국민연금을 저렇게 엄청나게 쌓는 것 자체도 국가가 한 가장 어리석은 일 중의 하나인데, 거기다 국내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한술 더 떠서 경영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3제곱이 아닐 수 없다.

연금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진국은 소득대체율 얼마에 납입 보험료 얼마라는 것을 근거로 말하면서, 9%에 40%는 말이 안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더 많이 내고, (후세대 배려한다면서) 더 많이 쌓자고 한다. 그런데 암만 봐도 한국에 맞는 방식 같지가 않다. 차라리 거대 인구집단은 소득대체율 30%로 살고(아니 소득대체율 개념의 대전제인 확정급부형을 폐지하고), 적립금을 최소화하고, 완전 부과식 됐을 때는 선진국처럼 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문재인의 경제관련 언행을 보면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박영사, 2017)에서 리콴유가 1990년대 초·중반 베트남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 생각난다.

“그들(베트남 정부)은 한 사람의 투자자가 만족하면 더 많은 투자자를 불러들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투자가 한 명을 낚으면 최대한 이득을 짜내겠다는 생각에 머물고 있었다… 1세대 원로들은… 경제를 잘 안다거나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여준 결과로 고위직에 오른 것이 아니다. 이들은 30년 이상 북쪽에서 남쪽까지 땅굴을 파는 데서 능력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국가운영에 필요한 학습 전혀 못한 文정부

덩샤오핑과 같이 간부집단에서 부동의 지위를 확보하고 개혁 이외에 다른 출구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 없다…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평화 시기에 수십 년의 행정경험을 통해 실제 효과가 있는 것들을 실용적으로 판단해서 계속 유지 발전시켜야 할 이념과 믿음을 정교화시켜 나간 사람들이다. 반면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은 미국과의 참혹한 게릴라전에 묶여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학습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183~184쪽)

사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정부의 상당수도 1990년대 베트남처럼 기업(투자자) 하나가 들어오면 최대한 이득을 짜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21세기 베트남은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여 이런 인식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꽤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었다.

문제는 지금 한국의 문재인 정부다. 또한 행정 관료, 적지 않은 판사들, 시민단체, 진보언론사, 진보 논객과 진보 성향 여론 주도층이다. 암만 봐도 이들은 리콴유가 본 베트남 공산주의자들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학습을 전혀 하지 못하여”, 정부(규제, 공무원 등), 시장, 경제, 기업, 기술, 노동, 노조 등에 대한 무지와 착각이 심하다는 얘기다.

jayooilbo@jayoo.co.kr

더 자유일보 일시 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면 후원해주세요”

  • ※ 자유결제는 최대 49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