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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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청와대 관람객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개방한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하루 2만여 명이 청와대를 찾는단다. 이번 달부터는 야간개장도 한다니, 청와대 관람객은 더 늘어날 것 같다. 방송 프로그램용으로도 청와대는 인기다. KBS 열린음악회가 개최됐고, SBS 집사부일체는 청와대 전체를 대관해 방송을 찍기도 했다. 물론 다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청와대에 다녀오신 내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자. "사람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너는 절대 가지 마라." 또한 관람객들의 부주의로 문화재가 파손된다는 기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관람객을 제한하거나 안내원을 둔다면 해결될 문제, 2005년 복원한 청계천이 그랬던 것처럼, 청와대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들러야 할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가능했던 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기 때문, 그러니까 용산 집무실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 청와대 개방을 성공으로 단정지어선 안된다. 하지만 매사 트집잡기 좋아하는 좌파들조차 지금의 집무실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용산 집무실로 인해 대통령과 비서관의 소통이 늘어났으며, 출근 직후 대통령이 기자들과 즉석 회견을 하는 ‘도어스테핑’은 이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집무실 부근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가는 덤. 애당초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려는 가장 큰 이유가 소통이었으니, 최소한 지금까지는 집무실 이전에 ‘성공’이란 말을 붙여도 될 것 같다. 석달 전 생각이 난다. 집무실을 이전하려는 윤 당선인의 구상에 정말 많은 이들이 반대했잖은가. 몇 명만 예를 들어보자.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 "말이 안 된다. 몰상식하다. 인수위에서 두 달 안에 급하게 해야 할 일은 절대로 아니다. 민폐가 될 것이고 절차에 맞지 않는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소통을 위해서 청와대를 이전을 하겠다는 사람이 일단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불통인 것이 너무 모순적이라고 느껴졌고요."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 "북한이 미사일을 올해만 들어서 벌써 10번째 발사를 하고 있고...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 국제 정세도 안보가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다."

-한문도 연세대 교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용산 땅값 떨어질 것."

-진중권 전 교수, "저는 사실 청와대 이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문제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에 들어가서 집무를 보다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한겨레신문 기사,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문재인 전 대통령, "두루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다가 안보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그냥 ‘방빼라’는 식의 일 추진이 저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전 결과 우려했던 안보불안은 없었고, 대통령의 출퇴근길 교통정체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얘기는 그저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기 위한 핑곗거리였을 뿐이다.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못한 일을 새 대통령이 하면 민망하니까 말이다. 그러면 ‘일단 청와대 들어갔다 나중에 옮겨라’는 말은 어떨까? 제법 그럴듯한 말 같지만, 지금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자재 값이 올라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을 등 지난 정권 때 못한 설거지가 산처럼 쌓여있지 않은가. 이럴 때 대통령이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해보라. 월북공작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데도 민생 얘기를 하는 민생정당 민주당이 "경제가 어려운데 민생은 안챙기냐"며 결사반대하지 않겠는가? 이 위기만 넘기면 되지 않냐 싶겠지만, 그때 가면 또 그때의 위기가 도래하기 마련, 그러니까 집무실 이전 건에선 야당이나 방구석 평론가들 말보단 ‘청와대에 단 하루도 안 있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옳았다. "어머니, 저 청와대 한번 가볼래요. 거기서 유튜브 찍으면 멋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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