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김승욱

재정정책 수장인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정책의 수장인 이창용 한은총재가 만났다. 두 사람은 현재 경제위기 상황이 복합경제위기라는 사실과 이러한 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원인은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위기는 코로나로 화폐 공급이 증가한 화폐적 측면과 공급망 붕괴와 전쟁이라는 실물부문이 혼재돼 있다. 그리고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이 혼합된 복합경제위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다. 노동계도 경제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투를 준비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환율이 1310원까지 올라가고, 코스피지수가 2300 아래로 떨어졌으며, 지난 6월 물가는 24년 만에 전년동기대비 6% 상승했다. 또 외국인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로 탈출하고 있다. 지난 해 25.7%라는 경이적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수출도 올해 상반기에는 10%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증가로 인해서 무역적자는 전반기에 무려 103억 달러에 이르러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대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점들을 보면 위기 징후가 분명하다.

그런데 물가를 잡으려고 긴축정책을 펴면 경기후퇴는 불가피하다. 물가안정을 우선할지 경기회복을 우선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5.7%로 37년 만에 최대였다. 미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해 과감하게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 얼마전 발표된 2022년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6%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2분기 예측치는 이보다 낮은 마이너스 2.1%이다. 따라서 미국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경기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최근 130달러대까지 올랐던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목재·밀·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이를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신호로 받아들여 미국 주가가 급등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주요국의 경제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 시장상황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기를 회복할 방법은 없는가?

198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학적 처방은 구조조정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비효율적인 부분을 잘라내 생산성을 높이고 임금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하려면 정치적 부담이 수반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철의 여인’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이에 성공했다.

그런데 한국은 장기적인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노력도 해야 하지만, 당장 닥친 물가와 경기침체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를 우선적으로 잡아야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자르듯 이 엉킨 매듭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둘 중 선택을 한다면 경기회복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달러를 벌어들여 환율을 안정시켜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공급을 증가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사실 최근의 유가와 원자재 등 물가상승은 대외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변수가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방만하게 운영했던 공기업과 낭비적·반시장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을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하나가 되어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약속을 한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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