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대한민국의 양대 노총은 조종석을 납치범들에게 빼앗긴 비행기 신세다.

지난 8월 13일 서울 도심에서 민주노총이 8·15전국노동자대회와 8·15자주평화통일대회를 열고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외쳤다. 그리고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내온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무분별한 전쟁대결광란을 저지파탄시키자"라는 연대사를 그대로 읊었다. 이 행태를 보고 충격과 공포를 느낀 사람이 많다.

이것은 일회성 돌출행동이 아니다. 8월 23일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동으로 ‘한미연합군사연습(UFS)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현대·기아차 노조 등 조합원 18만7천 명의 민노총 전국금속노조 통일강령은 "우리는 국토를 강점한 미군을 조속히 철수시키며, 자주·평화·민족대단결 원칙에 기초해 통일조국을 건설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되어있다. 조합원 13만6천 명의 전국공무원노조 6대 강령 중 5번째도 "우리는 분단된 조국의 자주 민주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되어있다.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이자 노조 존재 이유인 자유·민주·인권은 잊어버리고, 북한 헌법 제9조 ‘자주·평화·민족대단결 원칙에서 조국통일 실현’만 복창한다.

양대 노총에는 오래전 북한방송 받아쓰기나 하던 종북좌익 이론가나 북한 통전부에 영혼을 지배당한 좀비 같은 상층 간부들이 적지 않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이들이 싸지른 강령과 노선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북좌익패들의 집단 린치가 무서워 감히 ‘그만하라’고 말리지도 못한다. 반(反)대한민국적이고 반노동자적 행사를 양대 노총이 개최하게 된 경위도 추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양대 노총은 허술한 검문검색과 승무원들의 태만과 비겁으로, 납치범 몇 명에게 조종석이 탈취된 비행기와 같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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