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도널드 커크

1년 여 공석이던 주한미국대사가 내정돼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콜롬비아 대사였던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내정자가 대사로 부임할 때쯤이면 한국의 새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0여 년 전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이 신임 대사를 통해 앞으로 세계는 북핵문제나 남북한 대치 상황을 더 잘 파악하게 되리라 본다. 모든 것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핵 포기의 실질적 노력을 보이도록 요구하는 것과 손상된 한미동맹의 복원이 신임 대사의 우선 목표가 될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의 조언에 근거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20일 이래 주한 대사직을 공석 상태로 둬왔다. 그 편이 낫다고 여기는 듯했다. 은퇴 제독이자 태평양 주둔 미군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가 교체된 이유를 아무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없으나,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문을 간절히 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신임 대사 임명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종전선언에 대해 ‘조용하게’ ‘반감’을 표시해 온 셈이다. 앤소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확실한 조건부’를 내걸고 종전선언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북한은 3년 가까이 대화를 거부하며, 제재 속에서도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왔다. 2017년 9월 이후 첫 번째 즉 7차 핵실험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론적으로 볼 때, 바이든 행정부는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실패 이래의 부정적인 흐름을 만회하고 싶어할 게 당연하다. 2019년 7월 부임한 해리스 전 대사의 단호한 태도가 문재인 정부를 화나게 했으리라 짐작된다. 골드버그 대사로선 대북 관련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후보들 중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 결정돼야 주한대사로 자리잡을 수 있겠지만, 당선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여론조사에서 대북 유화책을 추구하는 좌파 성향의 이재명 전 경기지사, 한미관계 재건과 북핵포기를 주장하는 보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팽팽한 경쟁이 지속돼왔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어려운 정권을 대사로서 상대해 본 경력 있는 외교관이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로서 주 콜롬비아·주 필리핀 대사를 거쳐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있었다. 그의 비핵화 요구가 계속되겠지만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인도적 지원 및 제재 완화를 구사할 수도 있다. 북한은 2만8500명의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기를 염원한다. 신임 주한대사에게 가장 큰 도전은 역시 한미동맹과 유엔사령부를 끝장내려는 북한의 꿈으로부터 한미 군사동맹을 지키는 일이다. 구체적인 목표라면, 바로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 이래 컴퓨터 위주로 진행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복원이다. 미군 고위층의 바람이기도 하다. 컴퓨터 게임이 결코 실질적 지상 작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임 대사의 역할은 북한 관련 문제에 한정되지 않으리라 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아시아 담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지내고 현재 조지타운대에 재직 중인 빅터 차 교수가 지적하는 바, 한국의 좌·우 진영은 중요한 동맹 문제를 비롯해 에너지·기후변화 문제나 쿼드 참석 여부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크게 어긋난다. 이 현안들은 사실 전부 상호 관련돼 있다. 또한 미국이 한국을 어느 정도까지 압박해야 할지 등 우려되는 여러 복합적인 사항들로 가득 한 문제들이다. 골드버그 신임 대사는 한국의 좌파 우파 모두에 대처하기 위한 온갖 기술과 전략을 발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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