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휴전선이나 북중 국경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면 산이 온통 민둥산이다. 산이 벌거벗게 된 주된 원인은 땔감 부족과 불법 개간이다. 석탄 매장량이 많음에도 경제난으로 탄광들이 석탄을 제대로 캐내지 못한다. 탄광이 그러니 화력발전소가 가동하지 못한다. 주민들은 나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함부로 나무를 베면 처벌받는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생쌀을 먹을 수 없고 얼어죽을 수 없어 주민들은 서서히 ‘대담’해졌다. 대담해진 북한 주민들이 민둥산을 만든 과정을 몇 단계로 정리해본다.

1단계-국가에서 승인된 나무만 땔나무로 벤다.

2단계-뇌물과 인맥으로 산림보호원(산림경찰)을 끼고 해먹는 단계, 산림보호원이 딱따구리 망치에 새겨진 ‘검’자 도장만 찍어주면 어떤 나무든 베어갈 수 있다.

3단계-몰래 벌목하는 도벌 단계. 급하게 자르다 보니 나무 밑둥을 많이 남겨놓고 도망간다.

4단계-무리를 지어 야밤 깊은 산속으로, 될수록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가 일정 면적을 완전히 초토화해 가져간다. 산림보호원이 나타나면 뇌물로 어떻게든 구워삶는다.

5단계-산림보호원에게 들켜도 잡아가라고 야료를 부린다. 심지어 보호원을 힘으로 제압해 묶어놓고 나무를 끌어간다.

6단계-산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할 수 없이 이미 베어낸 나무 밑둥을 잘라간다.

7단계-나무 밑둥도 없어 뿌리를 캐는 단계다.

8단계-나무뿌리도 없다. 풀을 뜯어다 말려서 땐다. 혹은 군부대 위수구역 나무를 몰래 베어간다. 배고픈 병사들은 먹을 것을 받아먹고 모른 척한다. 위수구역 숲이 점점 줄어들어 마지막엔 숲에 가려져야 할 대포가 멀리서도 맨눈에 보일 정도다.

9단계-나무뿌리도 없는 산에 뙈기밭을 일구고 슬그머니 ‘자기 땅’을 만든다. 국유지임에도 제것처럼 팔기도 한다.

10단계-야밤에 김일성·김정일 업적을 기리는 사적지와 별장 주변에 침투한다. 비가 오고 천둥이 우는 밤이 톱질소리가 들리지 않아 더 좋다.

11번째 단계-군중 동원으로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대개 죽는다. 저절로 죽는 것도 많지만 ‘땅주인’들이 자기가 먹고 살 밭이 없어지니 일부러 죽인다.

12단계-산에 염소를 풀어놓는다. 염소는 어린 나무에 싹이 파랗게 돋은 끝을 앞니로 물고 턱을 들며 올려 채기 좋아하는데 그러면 나무가 빠져나와 말라 죽는다. 산은 여전히 민둥산으로, 개인 밭으로 남는다.

북한에서 민둥산을 없애려면 연료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아무리 나무를 심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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