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황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되어 왔던 프로그램들에 대한 심의 결과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심의가 지연되면서 가장 논란이 됐던 ‘김어준의 뉴스 공장’은 폐지되어 심의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렸다. 하지만 일부 심의위원들이 교체된 이후, 적체돼 있던 불공정·편파·왜곡 방송에 대한 심의들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김만배-신학림 허위녹취록 보도’나 ‘바이든 날리면’ 같은 왜곡 보도들에 대한 제재조치가 발표됐다. 주목할 점은 거의 모든 제재에서 MBC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만배-신학림 조작 인터뷰’와 연관된 프로그램들 중에 가장 많은 4500만 원, ‘바이든 날리면’은 MBC만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법정 최고 징계인 과징금 제재는 재허가 심사에서 10점을 감점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만배-신학림 허위 녹취록 보도’로 두 차례에 걸쳐 25점, ‘바이든 날리면’으로 10점을 감점받게 되어, 지난 3년간 MBC가 부여받은 감점은 무려 41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연말에 있을 재허가 심사에서 MBC가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술적으로 2020년 재허가 심사에서 MBC가 받은 683점에서 41점을 감점하면 기준점수에 미달하게 된다. 그러면 MBC는 재허가가 취소되거나, 최소한 매우 강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점수 조작으로 문제가 됐던 2020년 재승인심사에서 TV조선은 총점은 넘겼지만, 공정성 분야 점수 미달로 매우 강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이와 비교하면 MBC는 재허가 자체가 충분히 문제될 수 있다. 더구나 MBC가 심의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여전히 불공정·편파방송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개선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례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UHD 방송 재허가 조건으로 기술 문제가 아닌 보도공정성 개선을 부여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용심의 결과를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는 것은 중복규제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방송법에 규정된 법정 과징금 수준이 위반내용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 낮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용심의 결과를 인·허가 심사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쩌면 징벌적 배상제가 없는 우리 법체계를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인·허가 심사제도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MBC가 명목상 공영방송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MBC를 공영방송으로 추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공익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명목상 주인이라는 것뿐이다. 광고수입을 주 재원으로 하는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MBC 스스로는 물론 대다수 국민에게 공영방송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영방송 MBC는 정치적 굴곡으로 만들어진 기형적 산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이라면 공영방송의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공익을 목표로 독립된 조직과 재원으로 운영된다. 이론적으로 어떤 외부의 지원과 규제도 받지 않는 일종의 ‘자기 완성체’ 같은 기구다. 어떤 외부 규제도 받지 않는 대신 더 엄격한 자정능력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 모델로 인식되어 온 영국 BBC도 자율규제와 외부규제 간에 오랫동안 갈등이 이어져 왔다. 2018년 BBC 트러스트가 해체되고 오프콤(Ofcom)이 BBC를 규제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BBC의 자율규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어쩌면 지금 MBC는 자율규제 능력이 완전히 상실, 실질적으로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이탈해 있는 방송이다. 어쩌면 재허가 같은 강한 외부 규제를 MBC 스스로 정당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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