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미국이야기] ⑩ 윤석열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당선 확정 첫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약 10분간 바이든 대통령과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 통화를 했다. 당선 수락 인사를 한지 5시간여 만이다. 사진은 3월2일 TV토론회장의 윤 당선인과 3월1일 연설하는 바이든.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당선 확정 첫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약 10분간 바이든 대통령과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 통화를 했다. 당선 수락 인사를 한지 5시간여 만이다. 사진은 3월2일 TV토론회장의 윤 당선인과 3월1일 연설하는 바이든. /연합

미국인들이 윤석열 당선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한다.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는 우파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뜻밖일 것이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언제나 한국에 유리하거나 도와주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을 한국전쟁 때의 반공전사로만 보면 큰 착각이다.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한국정책은 달라진다. 두 정당과 그 지지 세력들의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절대관계가 아니다.

미국은 모든 것을 이념의 잣대로 나눈다. 법원 판결도 좌·우 어느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의 것인지를 따진다. 1백 년 이상 좌·우가 치열한 싸움을 벌여 온 탓에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양쪽 모두 그 속에는 조금씩 생각이 다른 여러 갈래가 있다.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으면 정치·경제 등 미국을 올바르게 인식·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접근하지 않으면 낭패를 겪는다. 우파 미국인들이 윤 당선자에게 그렇게 당부하는 것은 한미관계를 이념의 관점에서 걱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북한핵과 미사일이 아니면 한국정치에는 관심이 거의 없다. 대선도 마찬가지. 보수매체조차 수십 개 가운데 단 1곳만 이틀 연속 다뤘을 뿐이다. 9일 "보수 윤석열 승리"란 제목의 기사에 수백 명 미국인들이 반응을 보였다. "Daebak(대박)!!!" 이런 표현을 할 정도로 전부 환영했다. "대단한 뉴스! 세계에 자유의 부상을 위한 희망." "세계 공산주의의 어둠 속에서 긍정과 희망의 불빛." 전 세계를 휩쓰는 좌파의 물결 속에서 일어난 한국 ‘보수’의 승리에 흥분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정치에 상당한 식견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한국이 좌파에 지배당하고 있음을 잘 알았다. "마침내 한국인들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한국의 진보는 거의 죽었다." "변화를 위한 멋진 뉴스. 한국은 사회주의 정부였다. 한국인들은 고통에 지쳤다. 오랫동안 사회주의에서 벗어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일부는 마스크 쓴 윤 당선자를 의심했다. "보수라는데 마스크를 쓰다니." "마스크를 쓴 또 하나의 얼간이." 미국에서 ‘마스크’는 이념 전쟁의 상징이다. 좌파들은 마스크 착용을 절대 강요한다. 우파들은 절대 반대. 보수들은, 마스크를 강요하면서 자신들 행사에서는 벗어버리는 좌파들의 위선을 경멸한다. 그래서 ‘보수’ 당선자의 마스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 날 "보수 당선자, 한국이 미국에 더 가까워지도록 하겠다고 약속"이라는 제목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반응은 차가웠다. 부정 일색이었다. 이들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 했다. "승리를 축하한다. 그러나 바이든 만남은 신중해야 한다." "기다려라. 아직은 아니다." "트럼프가 곧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지금 당장은 매우 나쁜 움직임이다."

그 이유는 바이든의 이념 때문이다. 반대는 강경하다. 한국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 "사회주의자 오바이든(오바마+바이든)를 만나느니 김정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는 어떤 보수의 피도 흐르지 않는다. 전혀 없다." "미국의 현재 정부는 완전 좌파이다. 왜 한국이 이런 정부와 가까워지려는가?" "어떤 미국? 트럼프 아니면 바이든의 미국? 미국 대통령 아니면 사회주의자 대통령?" "한국을 미국에 가깝도록 만들겠다고? 큰, 큰, 큰 실수. 바이든과 그 정치국원들이 이끌고 있는 한 오직 실수다." "남한은 최대한 미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각종 좌파 의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 대통령을 조심해야 한다. 바이든은 머지않아 혁명투사들을 한국으로 보내 북한에 당신을 넘겨주려 할 것이다."

이들은 바이든의 부패도 문제삼았다. "현재 미국 정부는 신뢰할 우방이 아니다. 미국은 좋은 나라이나 지금 정부는 정말 썩었다." "좌파 민주당을 물리친 멋진 출발이다. 만약 미국과 가까워지기를 원한다면 바이든 범죄 집단에 엮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만을 대표한다." "만약 바이든 아들인 헌트가 삼성 이사 시켜달라고 하면 바로 거절해라." 헌트가 아버지 도움으로 우크라이나의 가스회사 사외이사가 되어 2년간 350만 달러를 받은 것을 빗댄 것이다. 그는 중국, 러시아 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미국인들은 윤 당선인에게 "현재 미국이 가고 있는 방향을 감안해 미국과 가까워지려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그 발언을 거둬들이는 것이 최상"이라고 거듭 충고했다. 평범한 보수들의 반응이지만 그냥 넘겨버릴 수 없다. 그들은 한국정치도 잘 알고 있다. 우파 한국이 좌파 미국과 동맹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칠지만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다.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걱정한다. 보수 한국인들이 거의 맹목에 가까울 정도로 한미동맹을 믿기 때문에 더욱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바이든은 녹색에너지 정책을 위해 에너지 독립국을 포기했다. 원유를 수입하고 이란 핵협상을 위해 중재를 책임져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공산주의 러시아에 매달린다.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자 니콜라스 마두라 대통령에게 석유 수출을 부탁했다. 테러 지원국인 이란 석유도 수입할 요량이다. 이런 좌파 바이든을 한국의 ‘보수 당선자’가 당장 만나겠다니 보통의 보수 미국인들은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도대체 그렇게 모르는가?"

한미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를 알아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이 어떤 성향인가를 상세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대미 외교는 하나마나다. 한미동맹의 본질을 망칠 수 있다. 세계정세를 바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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