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최근 벌어진 공방 중 새삼 들여다볼 게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발언이다. 알박기의 대명사가 된 그는 지난주 KDI를 떠나며 사퇴를 종용한 한덕수 총리를 향해 "국책연구기관은 정권 나팔수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했던 장본인인데도 그런 말을 마구 할까? 진짜 코미디는 "날 내쫓는 게 경제학의 연구 중립성을 해친다"는 말이었다. 오해하기 딱 좋다. KDI는 권력과 무관한, 그야말로 순수 연구만 해왔는데, 나쁜 권력이 그걸 방해했다는 뜻인가?

택도 없다. 소주성이란 희대의 궤변 자체가 문재인 정권 납품용이 아니었던가? 그걸 책임졌던 사람이 연구 중립성을 운운한 것부터 소가 웃을 노릇인데, 이참에 더 본격적인 걸 물어야 한다. 지난 30년 국책연구기관 KDI가, 아니 주류경제학이 한국경제에 어떤 기여를 했던가? 경제학자 좌승희 박사에 따르면, KDI와 주류경제학계의 연구란 반(反)대기업 반재벌 쪽이었다. 그래서 기업 재무구조에서 소유구조에 이르는 경영활동 규제란 당연하다고 믿었고, 때문에 저들은 균형발전-상생 등 좌파적 발상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저들끼리의 흔들릴 수 없는 합의가 경제민주화란 것이다. 경제민주화 규정이 87년 개헌 때 헌법(119조 2항)에 들어간 것도 우연이 아닌데, 그게 바로 우리경제를 칭칭 동여매는 규제의 원천이다. 더 놀라운 건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념은 얼마 전 타계했던 조순 교수, 아직 생존한 변형윤 교수 모두가 그러하며, 변 교수의 제자인 정운찬 전 총리도 마찬가지란 점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주류경제학은 당연히 반(反)박정희 쪽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박정희의 성공방정식을 모르거나, 아니면 숫제 외면해온 것이다.

그렇다. 실사구시 학문과 무관한 저들은 아담 스미스 이래로 서양 토양에서 만들어진 경제학만을 신주단지로 모신다. 어느 순간 저들이 좌경화되는 것도 이해 못할 게 아닌데, 그런 수두룩한 ‘홍장표들’이 문제는 문제다. 오늘 마저 밝히자. 경제학만이 아니고 80년대 운동권의 이른바 학술운동 이후 이 나라 인문사회과학 전체가 그 지경이다. 전부터 나는 말해왔다. "인문사회과학의 오염은 방사능 낙진보다 나쁘다". 그리고 예나제나 인문사회과학의 숨은 신(神)은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 백낙청인데, 사람들은 그의 실체를 정확히 알기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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