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5년 전 일이다. 2017년 5월 당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을 향해 "임기 끝나도 자살하지 말라"는 말을 던지는 바람에 세상이 잠시 시끄러웠다. 대통령 임기 시작 1주일밖에 안된 시점에서 느닷없이 자살하지 말라니 어리둥절했던 것이다. 그때 좌파가 노인네의 아무말 대잔치란 조롱까지 했던, 문제의 글 ‘문재인에게 바란다’를 다시 읽어봤다. ‘말차라떼’ 칼럼보다 더 짧은데, 내용은 명쾌하다. 오해의 여지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문제제기다. 자살이란 용어가 좀 자극적이었을까?

그 글은 노무현을 별 신통한 대통령으로 볼 수 없다는 김 교수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임기 마친 뒤 뇌물 수수 문제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돌연 자살했을 땐 자기 마음이 아팠다는 심경도 표시했다. 단 문재인의 등장 전후가 문제다. 그가 무턱대고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떠들던 걸 당신은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게 그 글이었다. 그래서 나중 문재인에게 무슨 돌발 사안이 터졌을 때 누구처럼 자살만은 말라는 당부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건너뛴 지금 그 지적이 무슨 예언처럼, 주문(呪文)처럼 재음미되고 있다.

세상이 알듯 지금 문재인 운명의 시계는 무섭게 돌아간다. 분위기는 퇴임 이후의 노무현 때보다 훨씬 안 좋다. 당시는 명품 시계 피아제 뇌물사건인데 비해 이번엔 이적죄 여적죄 국가반역죄에 더해 반인륜까지 들먹여진다. 전직 대통령의 위신을 송두리째 뒤엎는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통에 사건 수사가 정치보복이란 헛소리도 쏙 들어갔다. 수사 상황도 급박하다. 세상이 알듯 월북 조작, 탈북자 강제북송 사건을 둘러싼 수사 칼끝은 박지원-서훈 따위를 건너뛰어 문재인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다가 기름을 확 쏟아부었던 게 탈북자 강제북송 현장 사진이다. 북쪽으로 넘겨지지 않으려 온몸으로 몸부림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참담하다. 오죽했으면 미 의회 인권위원회까지 나섰을까?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저질렀던 그 몹쓸 짓이 대한민국을 삽시간에 야만의 나라로 추락시킨 셈이다. 엄정수사밖에 답이 없는데, 지금 사건 추이를 숨죽이며 지켜보는 건 누구보다 양산의 그 남자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새삼 당부한다. 김동길 교수 지적대로 누구도 황당한 결말을 원치 않는다. 당신, 제발 그것만을 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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