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개딸들이 몸싸움 집회를 하나의 놀이로 순화시켰다."

"수박을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똥파리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한 말인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개딸’ ‘수박’ ‘똥파리’의 의미를 알아야 해석이 가능하다.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준말로 20대 대선 기간 중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2030 여성을 가리킨다, ‘수박’은 겉은 초록색이지만 속은 빨간 수박의 특성에 빗대어 민주당에 있지만 속내는 보수인 배신자란 의미고, ‘똥파리’는 이재명 의원을 거부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를 뜻한다.

‘개딸’ 현상은 지난 3월 10일 이 의원의 대선 패배 후 시작됐다.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2030 여성 지지자들이 "아빠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 의원의 적극적 호응에 힘입어 ‘양아들’(‘양심의 아들’을 줄인 말로 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 남성), ‘개삼촌’ ‘개이모’(개딸에게 동조하는 4050) 등의 신조어를 잇따라 만들어내며 팬덤을 늘려나갔다.

정치 팬덤의 시작인 ‘노사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향한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었다. 그후 문 전 대통령의 ‘문파’, 이재명 의원의 ‘개딸’로 이어지면서 공감의 대상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닌 사람으로 바뀌었고, 내가 추앙하는 정치인의 경쟁자나 비판세력에 대한 ‘좌표 찍기’와 ‘문자 폭탄’같은 언어 폭력으로 변질됐다.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우리 편에는 개혁, 양심 같은 좋은 뜻을 가진 단어를 가져다 붙이고 우리 편이 아니면 배신자로 몰아붙이거나 비하한다. 우리 편을 가리키는 말에, 단어를 속되게 표현하거나 낮추는 접두어 ‘개’를 붙여 조폭적 동질감을 높인다.

언어는 쓰는 사람과 집단의 의식과 수준을 대변한다. 저급한 신조어들을 만들어내 울타리를 쌓고 편을 가르는 행위는 오래 갈 수 없다. 서울 부산시장 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3연패를 당하고서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민주당 일부 지지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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