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의 길 따라...] 울릉도

거북바위·사자바위...곳곳 해상 기암괴석
대풍감~관음도 해안절벽에 저절로 '감탄'

관음도.
관음도.

울릉도에는 270만 년 전의 신비가 숨 쉬고 있다. 검은 화산암에는 수백 년 된 향나무가 자라고 바다는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다. 여행자들을 위해 숲 깊은 트레킹 코스도 준비해두었다. 이번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을 울릉도 여행.

울릉도는 삼척 원덕에서 137km, 경북 포항에서 217km 떨어져 있다. 북위 37° 29, 동경 130° 54. 태평양 한 가운데 점처럼 찍혀 있다. 울릉도가 자리한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울릉도가 만들어진 시간적 거리도 아득하다. 270만 년 전이라는, 도무지 와 닿지 않는 시간 저 너머에 자리하고 있다. 바닷속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동서의 길이가 10km, 남북의 길이가 9.5km, 면적이 고작 72.56㎢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을 불쑥 생겨났다.

여행자를 당황하게 하는 낯선 풍경

뭍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거무튀튀한 바위가 울쑥불쑥 솟아있고, 바위 틈새에 섬백리향이며 향나무가 자란다. 바다에는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이 신비롭게 서 있다. 육지에서 3시간 거리지만 육지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동해를 건너 온 배가 닿는 곳은 도동항이다. 울릉도 여행의 출발점이다. 배가 내려놓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택시와 소형버스로 시끌벅적하다. 자세히 보니 택시란 택시는 모두 4륜구동이다. 길이 얼마나 험하고 비탈진지 짐작이 간다.

울릉도의 길이 험한 것은 섬 전체가 바위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보면 울릉도가 하나의 거친 바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길이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로 어렵게 나 있는 셈이다. 30~40도의 고갯길도 흔하고 S자 모양, 8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울릉도 운전기사들의 농담 섞인 말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내로라하는 운전기사들도 이 길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든다고 한다.

나리분지.
나리분지.

울릉도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택시나 버스를 타고 일주도로를 따라 육로관광을 하는 것이 첫 번째다. 도동항을 출발해 사동과 거북바위로 유명한 통구미, 울릉도의 옛 중심지 태하, 바닷물이 푸르러 검을 정도인 천부, 나리분지 등을 돌아본다. 울릉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은 남양에서 울릉도 서쪽인 태하까지 가는 길. 울릉도에서 가장 험한 이 길을 가다 보면 울릉도의 해안도로가 세계 제일의 해안도로라는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로드’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차 분화구였던 나리분지는 60만 평의 넓은 평야 지대. 옛 가옥인 너와집과 투막집이 남아 있다.

두 번째는 유람선을 이용한 해상관광이다. 도동항을 출발해 유람선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돌며 도동~사동~태하~현포~저동~도동 코스로 해상의 기암괴석을 둘러본다. 거북바위·사자바위·글러브 바위, 송곳 모양으로 우뚝 솟은 추암 등이 차례로 나오는데 여행객을 가장 감탄하게 만드는 하이라이트는 대풍감에서 관음도에 이른 북면 해안이다. 대풍감 절벽을 비롯해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서 있는 송곳산,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산 세 명의 선녀가 변했다는 삼선암 등을 볼 수 있다.

트레킹, 울릉도의 속살을 더듬다

세 번째 방법은 트레킹이다. 울릉도의 진면목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가장 쉬운 코스는 행남해안산책로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행남등대를 지나 저동 촛대바위까지 이어진다. 왕복 3시간 남짓 걸린다.

저동항.
저동항.

길은 바다를 나란히 두고 이어진다. 해안절벽에 길을 놓았고 길을 뚫지 못하는 구간엔 다리를 놓거나 굴을 뚫었다. 길은 절벽 사이 암굴로 들어갔다가 다시 벼랑을 타기도 한다. 해식단애를 만지면서 걸을 수도 있다. 높낮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탄해 아이들도 쉽게 걷는다.

구간에 따라 물빛도 달라진다. 에메랄드빛 바다도 있고 먹물을 뿌린 듯 검은 바다도 있다.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수면 아래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의 비늘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바다빛에 탄성을 지르며 아슬아슬한 절벽 길을 따라 걸음을 내딛다 보면 아름드리 곰솔과 털머위 군락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행남등대다. 전망대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 서면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죽도와 관음도도 아스라이 바라보인다.

등대를 내려와 저동항 쪽으로 길을 잡는다. 저동항까지는 1.4km. 절벽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는 달팽이 계단이 압권이다. 높이가 무려 57m에 달한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하지만 안전은 큰 걱정 안 해도 된다. 달팽이 계단을 내려오면 또다시 해안산책로가 이어지는데, 1km 정도의 해안산책로를 걷는 동안 일곱 색깔의 무지개색 구름다리를 건넌다.

길은 저동항에서 끝난다. 저동항은 도동항과 함께 울릉도의 대표하는 항구다. 도동항에서 석양 속으로 출어하는 오징어잡이 배의 풍경을 ‘도동모범’(道洞慕帆)이라 하고 저동항에서 바라보는 늦은 밤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은 ‘저동어화’(苧洞漁火)라 부른다.

저동항을 찾았다면 봉래폭포에도 가보는 것이 좋을 듯. 울릉읍 주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한 봉래폭포는 원시림 사이로 펼쳐진 3단 폭포로, 근처에만 가도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근처에 삼나무 숲을 이용한 삼림욕장과 자연 에어컨이라 불리는 풍혈도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시길.

석포의 일몰.
석포의 일몰.

울릉도가 보여주는 최고의 절경은 단연 대풍감 해안절벽이다. 대풍감은 돛단배가 이곳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한국의 10대 비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바라보기에도 아찔한 절벽이 수 킬로미터를 뻗어나간다. 대풍감에 서 북면 쪽을 내려다보면 현포항과 추산, 코기리바위 등의 절경이 펼쳐지고 대풍경 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 잡은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를 만날 수 있다.

대풍감에서 내려와 구불구불한 현포령을 넘어가면 북면이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공암(코끼리 바위)과 만나는데 이름처럼 생긴 모양이 영락없이 코끼리다. 천부에서 섬목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삼선암과 관음도가 차례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울릉도 3대 비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삼선암은 멀리서 보면 2개인데, 가까이 가면 3개가 된다.

관음도는 죽도와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의 부속섬이다. 본섬과 100m가량 떨어져 있는데, 깍새가 많아 깍새섬이라고 불렸다. 한 가구가 거주하다가 1960년대 이후 무인도가 됐는데, 연도교가 놓이면서 관광객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여행 정보]

오징어내장탕.
오징어내장탕.

강원도 강릉과 묵호, 경북 포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현지 교통은 택시가 가장 편하다. 렌터카도 이용할 수 있지만 급커브와 급경사가 많고 노면 상태가 고르지 못해 위험하다. 4~5명이 택시를 전세내어 섬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울릉도의 대표 먹거리는 약소불고기다. 여름엔 생한 약초를 뜯게 하고 겨울엔 이 약초들을 말려 약간의 사료와 혼합하여 먹인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홍합밥은 빨간 홍합을 잘게 썰어 찹쌀과 멥쌀, 간장, 참기름을 넣고 향긋하게 지어 낸 것. 보배식당(054-791-2688)이 유명하다. 따로 모아 둔 오징어 흰 내장과 무를 넣고 끓여낸 오징어 내장탕은 해장국으로도 좋다. 99식당(054-791-2287)의 따개비밥과 나리분지 산마을식당(054-791-4634)의 산채나물밥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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