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의 길 따라...] 설악산 명승 여행

학창시절 수학여행 추억 깃든 울산바위부터
계곡마다 숲마다 폭포마다 색다른 아름다움
크고 작은 폭포 숨어있는 수렴동·구곡담계곡

물 맑고 골 깊어 십이선녀 목욕하던 복숭아탕
아슬아슬 천불동 계곡엔 걷기 편안한 철계단
절벽에 걸린 88m 높이 대승폭포 하얀 물기둥

내설악의 비경.
내설악의 비경.

올여름엔 설악산으로 간다. 선인들이 금강산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시서화로 예찬했던 곳. 맑은 소와 담을 간직한 계곡과 급전직하의 폭포, 녹음 울창한 트레킹 코스를 품고 있는 산 설악산. 수학여행 시절 찾았던 울산바위 말고도 명승이 가득한 그곳으로 떠나본다.

설악산은 동해를 타고 뻗은 백두대간 줄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다. 가장 높은 해발 1,707m의 대청봉을 비롯해 전체 7,000여 개 봉우리가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설악산은 크게 내설악과 외설악, 남설악으로 나뉜다. 백두대간을 경계로 서쪽 인제군에 속하는 지역은 내설악이고, 동쪽은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뻗은 화채능선을 경계로 북쪽이 외설악, 남쪽이 남설악이다. 외설악은 설악동 지구, 남설악은 오색 지구에 속한다.

설악산의 묘미는 구역마다 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내설악은 여성적 그윽함이 느껴지는 백담계곡, 수렴계곡, 백운계곡, 가야계곡을 품에 안고 있다. 천불동계곡을 중심으로 펼쳐진 외설악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남성적인 근육질의 모습으로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외설악은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뻗은 능선을 경계로 북쪽에 위치해 있다. 남설악은 오색 지구에 속하는데, 화채 능선을 경계로 남쪽으로 대청봉의 웅장함과 오색약수, 주전골 등의 아기자기한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계곡미, 수렴동과 구곡담계곡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과 마등령을 잇는 능선을 중심으로 서부 지역이 내설악이다. 설악의 계곡미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으로 계곡의 갈래가 다양해 등산코스도 그만큼 많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계곡이 백담 계곡이다. 깨끗한 암반과 맑은 물, 주위의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백담계곡은 우리나라 계곡미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담계곡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수렴동 계곡이다. 수렴동 백담계곡 상류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백담산장 위에서부터 수렴동 대피소까지의 6km 구간을 일컫는다. 대청봉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봉정암을 끼고 돌며 구곡담계곡을 이루고, 구곡담계곡은 영시암께에서 몇 개의 물줄기와 만나 수렴동계곡이 된다. 이름 그대로 ‘물로 발을 친 듯한’ 수렴동(水簾洞)은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절경을 이룬다.

크고 작은 바위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구곡담 계곡.
크고 작은 바위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구곡담 계곡.

영시암 바로 위 수렴동 산장부터는 물길이 좁고 가파른 구곡담계곡이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산보였다면 수렴동 산장 위로는 산행이다. 땀도 흐르고 숨도 가빠진다. 수렴동계곡과 그 본류 격인 구곡담계곡의 차이는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들이 숨어 있다는 것. 폭포 물소리를 듣다 보면 세상 시끄러운 소리가 다 묻히는 것만 같다.

선녀가 노닐었다는 그곳, 십이선녀탕계곡

내설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십이선녀탕이다. 내설악의 대승령에서 북서쪽으로 흘러내린 긴 코스로, 대승령(1,260m)과 안산(1,430m)에서 발원해 인제군 북면 남교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약 8km. 십이선녀탕 계곡이란 이름은 밤이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출발점은 인제군 북면 남교리 등 여러 곳이 있지만 등산객들이 주로 오르는 코스는 북면 용대 1리다. 십이선녀교를 지나면 등산객들을 위한 주차장이 준비돼 있다. 계곡은 첫 번째 탕인 독탕을 시작으로 북탕과 무지개탕이 차례로 나타난다. 갈수록 물이 맑고 골이 깊다. 폭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크고 작은 소와 폭포들이 이어지고 잣나무와 박달나무, 소나무 등 거목들이 우거져 절경을 이룬다.

십이선녀탕의 하이라이트는 일곱 번째인 복숭아탕이다. 12개 탕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 폭포수에 암벽이 파여 복숭아 모양을 하고 있다. 하트 모양으로도 보여 젊은 등산객들에게 인기다. 사진작가들이 즐겨 찍는 포인트다.

마장터길은 내설악이 숨겨놓은 비경이다.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1204m)과 마산봉(1051m) 중간쯤에 위치한 계곡이다. 맑은 계곡 건너 숲속에 마장터 길이 놓여 있다. 예전에는 고성이나 속초, 양양에서 한양으로 가던 선비와 소금장수들로 번성했던 길이지만 지금은 옛길이 됐다. 대간종주자들의 탈출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외설악의 진수, 비선대와 천불동계곡

한때 천불동은 난공불락이었다. 전문 산꾼들조차 ‘천불동계곡을 다녀왔다’는 걸 두고두고 자랑할 만큼 거칠고 험했다. 로프를 타고 올라야했고 거친 암봉을 아슬아슬 오르고 위태로운 산길을 걸어야 했지만 지금은 거친 암벽 사이를 딛고 가는 철계단이 놓여 길은 순하기만 하다. 그리 힘겹지 않은 등반로를 따라 편도 3시간 남짓만 걸으면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있다.

대승폭포 가는 길에 만난 주목.
대승폭포 가는 길에 만난 주목.

설악동 신흥사의 일주문을 지나 왼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7km에 이르는 계곡이 있는데, 이 계곡의 중간에 해당하는 비선대에서 오련폭포까지의 약 3km의 계곡이 천불동계곡이다. 천불동이라는 이름은 계곡에 들어선 기암괴석이 천개의 불상이 들어찬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길은 설악동 소공원에서 시작한다. 소공원 매표소를 들어서면 신흥사 일주문. 울산바위 쪽에서 뻗어 내린 내원골 합류부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의 공기가 여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다. 이곳에서 천불동계곡의 관문인 비선대까지 2.5km. 평탄한 길에 발걸음이 가볍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힘들지 않다. 곳곳에 놓인 철계단이 발걸음을 돕는다. 천불동계곡의 지류 중 가장 큰 설악골을 지나면 문수보살이 목욕을 했다는 문수담. 물색이 옥을 곱게 갈아 풀어 놓은 것 처럼 맑고 투명하다.

또다시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 귀면암에 닿는다. 송곳 모양으로 솟은 거대한 암벽이 귀신 얼굴형상이란다. 그리고 오련폭포. 기암과 침봉이 둘러쳐져 꽉 막힌 듯한 계곡 사이로 5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진다. 예전에는 오련폭 일대를 천불동의 수문장이라고 여겨 앞문닫이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와도 천불동 계곡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본 것. 설악계곡 즐기기에 충분한 거리다.

우리나라 3대 폭포 가운데 하나, 대승폭포

설악산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로 꼽히는 곳. 명승 제97호로 지정됐다. 장수대 주차장에서 대승령 방향으로 900m 정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다. 가파른 나무계단 길을 40여 분 올라 전망대에 서면, 건너편 절벽에 걸린 대형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88m에 달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여러 갈래의 물기둥을 만들어 낸다. 대승폭포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927~935)의 피서지였던 곳으로도 전해진다.

장수대에서 8km쯤 굽잇길을 오르면, 동해 쪽 전망이 시원한 한계령 정상(950m)이다.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서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기암괴석이 늘어선 봉우리들과 구비구비 찻길이 그림 같다. 한계령휴게소 건물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것이다.

[여행 정보]

회냉면.
회냉면.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에서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를 맛볼 수 있다. 백담사 입구에 자리한 용대리는 황태 요리와 순두부가 유명하다. 단천면옥(033-637-6677)은 유명한 회냉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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