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실을 세계가 알도록 인권문제를 계속 제기하라"

도널드 커크
도널드 커크

‘북한 인권’이라는 말만 나와도 논란이 인다. 몇 년 전까지 자유주의자·좌파·진보주의자가 우익 보수의 탄압에 맞서 인권의 수호자를 자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권력과 부에만 관심 있는 부자·권력자의 악에 맞섰다.

북한을 생각하면 그들의 그런 이미지가 달아난다. 진보와 좌파는 2560만 북한 주민 대다수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반대한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들은 보수 진영이 김정은 정권의 악행 상당 부분을 지어내고 있다며, 한국전쟁의 공식적 최종적 ‘종료’를 위해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이 주제는 접어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북한주민에 대한 정권의 가혹행위 증거가 너무나 자명하다. 몇 년 전 중국과 북한 사이의 두만강 국경을 방문했을 때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천신만고 강을 건너 몰래 살아남은 다수의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 모두 "나쁜 사람들"의 처형을 목격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 중 한 명은 사형을 집행하던 군인 세 명이 희생자의 머리·가슴·다리에 총을 쏘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중국과 북한은 국경을 더욱 단단히 폐쇄하기 위해 공모해왔다. 이미 남한으로 망명한 사람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최소 10만 명이 수감돼 있고, 수감자가 처형되거나 굶주림 질병으로 죽어간다는 것, 새로운 수감자들로 채워지는 거대한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많은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이 어떻게, 왜, 자기들 사회에선 학대 피해자를 옹호하면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에 목소리를 높이길 거부하는지 나는 어리둥절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을 때의 일이다. 남북한의 다른 차이점을 해결해 두 체제를 협력적 우호적 관계로 만든 후 북한에 인권을 압박하겠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허, 무슨 그런 농담을! 나는 메모하면서 아무 말 안 했지만, 북한의 피해자들이 그런 인내심을 고맙게 여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몇 년만 기다리면, 이제 자유를 누리는구나, 감사하게 되겠죠." 서로 이런 말을 하려나? 어쨌든 고문·질병·기아에 직면해 있는 북한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인권문제를 북한에 들이대지 못한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납득 못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와 언론 자유에 대한 정권의 끝없는 탄압이라는 끔찍한 화두를 피하고 있는 게, 북한 및 그들과 화해를 갈망하는 남한 지도자들만은 아니다. 미국 좌파도 책임이 있다. 미국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규탄하고 소수자 억압의 흔적을 찾는 등 수세기 전 잘못까지 들먹이며 미국 역사를 파헤치면서, 미국 좌파들은 북한 비평가들을 가차 없이 공격한다.

일부 학자들의 지지를 얻어, 친북 인사들은 북한과의 ‘종전’합의에 이어 ‘평화조약’을 촉구해왔다. 미국이 남한에 둔 기지를 폐쇄하고 미군 철수를 요구할 조약이다. 물론 그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비무장지대 바로 위 수천 병력과 대포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친북파들은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반대하고 인권유린을 조장하며, 민주주의기금(NED)·자유아시아방송 등 미국이 후원하는 단체들을 공격한다. 자기들 자금 출처는 밝히기 싫어한다.

인권을 위한 투쟁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미국·한국 및 기타 국가의 당국에 북한과의 모든 거래에서 인권을 우선 순위로 두도록 계속 몰아가야 한다. 인권 얘기가 있을 때마다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더라도 신경 쓸 것 없다. 북한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모든 기회에 타협없이 이 문제를 제기하기 바란다. 그래야 비로소 세계는 수백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지난 몇 년간 한층 악화된 김씨왕조 체제 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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