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설 음력설 양쪽 다 공휴일로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싶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엎치락뒤치락 우여곡절을 겪었다. 세계 보편의 태양력(Gregorian calendar, 1582년 제정)이 공식 도입된 것은 갑오개혁(1896) 때였으나, 별 실효가 없었다. 음력설이 ‘구정(舊正)’으로 격하된 것은 조선총독부에 의해서다. ‘근대화=서구화’ 시대에 양력이 기본이었다. 그 때까지 사람들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개 시간대로 나눠진 하루, 상중하 열흘(旬)씩 구분된 한달, 1년 24절기를 살았다. 하루 24시간X7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개의치 않고 계속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9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넘버원 노빠꾸’라는 글자 장식이 꽂힌 케이크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이라며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적었다.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
60여일 남은 20대 대통령선거를 놓고 제 1야당인 국민의힘 내분이 거의 절정에 달했다. 아니, 차라리 지금이 절정이라면 앞으로는 회복될 일만 남았겠지만 앞으로 더 큰 내분이 생긴다면 두 달 남은 선거에서는 치명적이다.선거는 대부분 앞서가는 여권 후보를 야권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간다. 여권 후보는 집권당 후보라는 위치만으로도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안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오히려 반대다. 현 정부의 무능과 강압에 지친 국민들이 정권교체에 대한 많은 지지를 보냈다. 오히려 야당 후보가 프리미엄을 안고 갔다.후보로
터키 은행규제감독청(BRSA)은 지난달 27일 전직 중앙은행 총재, 경제학자, 언론인 26명을 은행법 및 환율조작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들이 소셜미디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은행의 신뢰도와 평판을 떨어뜨리는 발언을 하고, 이를 통해 환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와중에 발생한 일로 일종의 비판 목소리 잠재우기다.터키는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때 홀로 ‘거꾸로의 행보’를 거듭해 왔다. 지난해 9월 이후 터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넉 달째 이어지며 19%인 기준금리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한 위원회가 대만의 장관급 인사를 국제행사 발표자로 초청해 놓고 당일 새벽 취소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례하고 부적절하다"는 대만 외교부의 공식 유감 표명으로 세상이 알게 됐다. 취소 사유는 ‘양안(중국-대만)관계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고려’였다. 대만 측은 초청을 취소당한 본인에게 보내진 이메일을 인용해 이 해프닝을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늘 중국의 심기를 살피는 줄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우리 정부는 10월 1일 중국 최대 국경일(건국기념일)을 챙기면서 쌍십절엔 무심하다. 10월 10
국가의 근본은 합리적이고 강력한 법 체계다. 국가 없는 법은 존재할 수 있어도 법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법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은 법으로 만들어져 실행돼야 한다.그런데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 있다. 바로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법안이다. 이미 대장동 의혹은 일반적인 검찰 수사로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유한기에 이어 김문기까지 벌써 두 명이 죽었다. 더 이상의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도입해 의혹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초·중등학교 교과교육의 혁신을 위한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기관’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수능 출제하는 곳 정도로 알고 있는데, 몇 자 안 되는 소개란에 ‘혁신’과 ‘연구하는 기관’을 함께 넣은 걸 보면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 평가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20번)’ 파문으로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수험생들의 오류 주장에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뭉개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으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났다. 공약은 물론 네거티브의 소재 역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이 주요 승부처였던 선거는 또 있다. 2007년의 제17대 대통령 선거다.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주택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수요 억제다. 재건축 규제 역시 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결과는 6공화국 이래 대선에서의 최다 득표차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48.7%, 정 후보는 26.1%의 득표율을 얻은 것이다. 양자간 득표
요즘 페미니즘은 젠더 이데올로기와 결합된 매우 급진적 이념이다. 더 이상 여권신장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태도나 사상이 아니다. 사회학적 성별(젠더)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성별 자체를 부정한다. 심지어 ‘N젠더’가 등장했다, 기존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외에도 수많은 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달라요’ 수준의 다양한 성을 개인의 권리라 주장한다. 미국에선 서류 작성 시 성별 기입 항이 4개쯤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거치며 ‘정치적 올바름(PC)주의’가 크게 힘을 얻은 결과다. 일부 주에선 미
지난 주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은 202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허들인 ‘원서전쟁’만 잘 넘으면 대학생으로서의 새 삶이 시작된다.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나 또한 수험생이던 시절이 있었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오던 날, 후련한 감정도 들었지만 안타까운 감정도 들었다. 초·중·고교를 합쳐 12년 이상 공부한 시간을 단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그것이 대입을 위한 유일한 통로라는 사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명목만 있고 실체는 없었던 수시입시제도가 2002학년도부터 대폭 확
국가의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재정(財政)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예산(豫算)이다. 재정은 조세, 지출, 공채(公債)관리의 3가지 수단에 의해 이뤄지지만 모든 것이 예산을 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예산의 핵심 기능은 사회적 후생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소득 재분배 기능도 있다. 빈곤층에 대한 생계지원, 실업급여 등 최저생활 보장은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예산은 또 경제를 안정시키는 기능도 수행한다. 한마디로 예산은 국가 운용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내각책임제 국
요즘 청계천을 알뜰히 맛보며 산다. 그윽한 감칠맛이 있다. 청계천변 숙소에서 광화문까지 물길을 15-20분 쭉 거슬러 도보로 출퇴근하는데, 출근길은 산보요 퇴근길은 휴식, 딱 그런 기분이다. 이른 아침이면 조깅하는 주민들과 청동오리 백로를 만난다. 내일은 무슨 새를 만날까 설레기까지 한다. 저녁엔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 등 다양한 일행들로 붐빈다. 배워서 알고 사진으로 기억할 뿐이지만, 이 물길을 땅 아래 가둬 놨던 시절 얘기가 꿈결 같다. 사람과 자연이 싸우던 곳, 지금은 함께 숨쉬는 공간이다. 이 나라의 반세기 변화를 가장 극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