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국군에게 악몽이었던 무기 중 인민군의 소련제 전차 T34/85가 반드시 꼽힌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기록 (기파랑, 2010)에도 나온다. 6월 25일 오전 신성모 국방장관이 "인민군이 춘천 근교까지 왔다"고 첫 보고 하던 무렵이다. 대통령은 "탱크를 막을 길이 없을 텐데" 혼잣말과 함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고 한다.그런 탱크 T34/85 얘기를 지난 23일 KBS 다큐 프로그램 ‘다큐온’에서 다시 만났다. 그 프로는 요즘 잘나가는 K-방산을 다뤘다. 대한민국 국군의 어려웠던 초
밀란 쿤데라는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영화 ‘프라하의 봄’과 소설 으로 널리 알려졌다. 1929년 체코의 한 음악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으로부터 배운 피아노와 작곡 능력을 자기 작품세계의 근간으로 삼았다. 쿤데라는 유서 깊은 체코 카렐대학 문예창작부 졸업 후 1967년 소설 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소련군 탱크가 프라하의 봄을 짓밟자, 반항하던 쿤데라는 결국 1975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을 집필했다.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돼 선풍적
우리는 평소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냉정한 판단력’, ‘컴퓨터 같은 두뇌’라는 표현은 칭찬이다. 반면 ‘감정적이다’, ‘개인감정에 사로잡혔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감정은 이성적인 판단에 방해 요소로 여긴다. 감정은 이성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감정은 이성보다 열등할까.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책, 를 보면 감정이 망가지면 이성도 영향받는 사례가 나온다.30대 비즈니스맨인 엘리엇은 뇌종양을 제거하면서 오른쪽 전두엽도 손상을 입었다. 수술 후 모든 기능은 정
사람을 잘못 추천하면 기본으로 매가 80대이고, 추천한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에 따라 매질도 가중하되 최대 형량은 장(杖) 100대로 한다. 1905년 ‘형법대전’이 공포되기 전까지 조선 건국 이후부터 약 500여 년간 조선 형사법체계의 골격을 이뤘던, ‘대명률’(大明律)에 나오는 공거비기인(貢擧非其人) 죄에 대한 처벌이다.공거(貢擧)란 말은 과거 시험에 응시할 만한 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지방의 수령이 추천하는 것을 공(貢)이라 하고, 중앙에서 학문을 다루는 기관에서 추천하는 것을 거(擧)라 하여, 이렇게 추천된 자를 공인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말이 처음에는 귀에 거슬렸다. 어린이집 다니는 애들까지 그 말을 입에 담는 걸 보고는 기가 막혔다. 북에서는 이성친구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고, 남녀가 친구처럼 가깝다면 이미 연인 관계다. 원래 북에서는 동성끼리라도 아주 가까운 사이 아니면 친구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필자가 남한에 온 초기,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라는 말을 들으면 조만간 결혼할 사이거니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북에서는 연인 사이도 남친·여친 하지 않고 친한 남자·친한 여자 혹은 애인이라고 한다. 쉽게 헤어
관객 1300만을 동원한 좌파 영화 ‘서울의 봄’으로 상황이 끝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총선용 좌파 영화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자유우파 진영에 힘이 됐던 다큐 ‘건국전쟁’의 활약도 끝나가는 시점에 좌파의 최종 비밀병기가 등장했다. 오는 27일 좌파 영화 두 편이 동시 개봉된다.하나는 서울의 봄 이후 5·18 직후까지를 다룬 ‘1980’(감독 강승용)이고, 다른 하나는 국정원 여론조작을 소재로 한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이다. 두말할 필요 없다. 총선을 딱 보름 앞두고 젊은 층 표심을 움직이려는 히든 카드다. 실제로 1
권력이 군주 한 사람에게 귀속된 전근대국가와 주권자인 국민에게 귀속된 근대국가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법치(Rule of Law)의 유무다. 법치야말로 미국 독립선언서의 천부인권론과 프랑스혁명의 시민과 인간 권리선언 근간이다.모든 인간이 법 앞에 평등함으로써, 자유주의 철학자 존 로크(J. Rocke)가 강조했던 개인의 자유·가치·재산권과 생명의 보호, 미래를 향한 행복추구권이 가능해진다. 그 어떤 국가권력과 사회권력으로부터도 개인이 보호받는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통해, 개인과 국가의 발전적 미래구상이 현실화된다. 그리고 이는
프로스트의 시 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숙명을 잘 나타낸 시다. 시인이 직업도 없고, 문단의 인정도 못 받고, 몸은 아파 실의에 빠져있던 20대에 집 앞 숲에 있는 두 갈래 길을 보고 쓴 시라고 한다.두 길을 다 갈 수 없어 한 쪽 길을 훗날을 위해 남겨두지만, 한 쪽을 선택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다른 길은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다.오래 전 방송에서 어떤 가수가 한 말을 듣고 크게 웃은 적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2000년도로 가고 싶다고 했
전문가 몇이 모여 저마다 자기 직업이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외과의사가 말했다.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를 취해 하와를 만드신 것에서 인간이 시작됐지. 그러니 의사만큼 오래된 직업은 없네." 그러자 토목기술자가 말했다. "틀렸어. 천하의 물을 한데 모으고 뭍이 드러나게 한 일이 그보다 먼저였지. 그건 우리 같은 토목장이의 일이지." 전기공이 가소롭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그보다 먼저는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하셨지 않나. 토목보다는 전기가 먼저였네."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끼어들었다. "빛이 있기 전에 혼돈과 공허
선거철만 되면 북한에서 선거를 어떻게 했는지 떠올리게 된다. 우선 후보자 뽑는 방식이다. 노동당에서 내세운 유일 후보만 선거구에 등록된다. 무소속 후보는 당연히 없다. 그러니 선거유세 경쟁 자체가 없다. 유권자는 단일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투표장에 가면 찬성만 해야 한다. 반대투표함이 놓여 있긴 하지만 형식이다. 거기에 반대표를 넣는다면 역적이다. 노동당이 내세운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그를 공천한 노동당을 반대하는 것이 된다.비밀투표라지만 투표장 구조는 유권자를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게 꾸려진다. 남한에
미 연방대법원의 대선 출마 합헌 판결과 함께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부활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현 대통령과 맞붙게 됐다.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에서 트럼프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백인 노동자층 삶은 이미 1980년대부터 흑인 및 유색인종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밀려 새로운 좌파적 이념논리를 찾던 미국 리버럴들은 사회 중추세력인 노동자·농민·도시서민
저들의 뻔뻔함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북한이 2020년 6월 여봐란듯 폭파했던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뒷소식이 들려왔다. 저들은 잔해를 철거한 뒤 공단 내 공장을 멋대로 돌리는 중이란다. 물론 우리와 상의 한 마디도 없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가동되는 공장은 30곳이며 통근 버스로 활용되는 차도 현대차의 에어로시티로 추정된다.왜 이게 문제인가는 너무도 자명하다. 우선 폭파 사무소와 공장 등 시설물은 100%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로 지어졌다. 투입 액수만도 1000억 원 내외다. 이 모든 게 한순간 잿더미가 됐
느낌은 자극이 있을 때 몸이나 마음이 맨처음 인식하는 감각이다. 몸이 느끼는 차갑고 뜨겁고 아픈 느낌, 마음이 무섭고 기쁘고 즐거운 느낌 등이다.감정은 느낌이나 현상을 해석하면서 이차적으로 온다. 차가워 시원하다, 따뜻하니까 좋다, 아프니까 무섭다, 기뻐서 행복하다, 편해서 좋다 등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몸과 마음의 방향이다.생각은 느낌과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내 상태, 나와 주변의 관계를 고려해서 정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능동적이고 에너지가 들어가며 경험·지식·지혜·가치관까지 동원하는 고차원 과정이다.뇌는 세 층
정부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3월 5일 이런 입장을 밝혔고, 7월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 부족에 따른 고민이 적지 않았을 정부가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을 내린 것에 박수를 보낸다. 인구절벽이라는 말로도 국가소멸 심각성의 반의 반도 표현하지 못할 지금의 사태에서,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도록 하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이상의 국정 우선순위는 없다.그런데 속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방향이라는 사실을 잊어
북에서는 3·1운동에 대해 김일성 아버지 김형직의 주도로 일어난 운동이라고 가르친다. 기미독립선언서와 파고다공원, 민족대표 33인 등에 대해서도 대충 언급하긴 한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민족대표 33인 중에 김형직이라는 이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의아했다.학자들은 김형직이 평양에서 3·1운동에 동참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3·1운동 중심 인물 대다수가 기독교인이고 김형직도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다. 김형직이 공부한 평양숭실중학교는 기독교 학교였고 독립정신도 높았다. 이 학교가 서울에 있는 숭실대학교 전신이라는
영화 ‘건국전쟁’ 흥행 이후 다시 문제는 여전히 학교 교실로 지목된다. 잘못된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전교조 교사들이 수두룩한 탓이다. 그건 오래됐다. 일테면 11년 전에 나왔던 단행본 (정경희 지음)는 금성출판사의 현대사 교과서를 이렇게 지적했다. ‘교과서는 통일지상주의에 사로잡혀 대한민국을 건설한 세력을 조직적으로 폄하한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1987년 이전의 모든 정권을 독재라고 하지만 막상 북한에는 눈 감는다.’이승만 죽이기도 그 맥락인데, 마침 멋진 행사가 지난주 용산CGV에서 마련
머릿속에 이미 답을 정하고 덤벼드는 좌익 지식인들은 가련하리만큼 집요하다. 당대 유명 철학자의 현실 분석 논리에 묻어 자신들의 좌익 논리를 끼워넣는 데 참 탁월하다. 최근 독일-프랑스 간 보불전쟁 후 왕과 재상 중심 정치사를 탈피하고 역사 연구를 파편화시켰던 프랑스 아날학파의 번역서들이 넘쳐난다.프랑스 최고 경제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 Braudel)의 방대한 3부작 ( )이 총 6권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런데 번역판 제목이 요상하다. 브로델이 부제로 사용했던 ‘문명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은 때가 더 많다. 인생이 평탄하면 좋지만 크고 작은 시련을 피할 수는 없다. 작은 실패는 무난하게 넘어가도 큰 실패는 까닥하면 좌절하고 주저앉는다.같은 시련에도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그대로 주저앉는가 하면 이를 극복하고 더 크게 성공하기도 한다.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실패에서 일어나는 힘을 말한다. 시련과 역경,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심각한 삶의 국면에서 좌절하지 않고 기존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재기할 수 있는 개인의 고유한 성질이다.회복탄력성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안으로 대두되자, 부영그룹은 해당 출생아에게 지급하는 ‘증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직원에게 근로소득으로 추가 인정되어 부과되는 소득세 부담보다 훨씬 적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여세를 낸다고 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인구재앙의 현실에서 한 기업인이 나서서 뭐라도 해 보겠다고 사재를 터는데 과세당국이 손을 벌린다는 건, 국가가 저출산 극복의 장애물이 되고
영화 ‘건국전쟁’ 흥행으로 새삼 되돌아보게 되는 건 12년 전 등장한 동영상 ‘백년전쟁’이다. 좌파 무리가 이승만-박정희를 욕보이려고 작정했던 ‘백년전쟁’은 지금도 유튜브에 버젓이 떠 있다. 조회수만 263만회다. 영상에서 이승만은 출세밖에 모르는 사이비 독립운동가이자 하와이 깡패로 그려진다. 또 박정희는 원조 적폐라며 마음놓고 장난친다. 모두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가히 악마의 동영상이다.문제는 왜 아무런 제재가 없었을까? 이다. 그 뒤에는 전 대법원장 김명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스토리는 이렇다. ‘백년전쟁’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